박기영 “노랫말 만들어 준 ‘서울숲 둘리’는 내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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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7일 07시 00분


결혼 2년차 박기영은 남편의 ‘외조’ 속에 집에서 편안하게 음악작업을 한다고 했다. 사진제공|유니웨이브
결혼 2년차 박기영은 남편의 ‘외조’ 속에 집에서 편안하게 음악작업을 한다고 했다. 사진제공|유니웨이브
■ 캐럴 앨범 들고 온 박기영, 그녀의 ‘크리스마스 러브레터’

가수 박기영은 10월 말 ‘유니웨이브’라는 독립 레이블을 만들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가요계 트렌드에 영합하지 않고 자기 색깔을 가진 싱어송라이터들이 모여 좋은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 조합’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레이블의 대표가 됐다.

“나도 음악을 하지만, 가끔 ‘쓸데없이 음악이 많다, 거기에 나까지 보탤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음악이 이렇게 많지만, 대중의 마음이 여전히 헛헛한 것은 음악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악은 많이 하는 것보다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곡을 만들더라도, 잘 하고 싶다. 음악을 들으면 쉼이 되고, 위로와 평안을 얻고 미래를 꿈꾸게 하고, 오직 귀로만 듣고 마음을 울리는, 그런 음악도 필요하지 않나.”

현재 ‘유니웨이브’의 소속 가수는 박기영 혼자다. 앞으로 실력 있는 아티스트들과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전속계약은 맺지 않고, ‘조합’을 이뤄간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그는 유니웨이브를 중세유럽의 동업자 조합인 ‘길드’처럼 만들겠다는 포부다.

“돈을 벌려는 ‘사업’이 아니라, 자신만의 음악을 천천히 해도 되는 음악환경을 아티스트들과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대중에 인정받기까지)오래 걸리고, 대중적인 것만 하면 쉽게 인기도 얻지만 쉽게 잊혀지기도 한다. 자기 것을 찾아간다고 대중과 멀어지는 건 아니다. 자기 음악을 하다보면 대중도 언젠가 알아준다. 시간이 걸려도 하고 싶은 음악을 하려는 아티스들을 위해 유니웨이브를 만들었다.”

● 이창동 시에 곡 붙인 ‘아네스의 노래’…“내 아티스트 자존감 살린 곡”

최근 발표한 크리스마스 시즌앨범 ‘크리스마스 러브레터’는 유니웨이브 1호 음반이다. ‘더 크리스마스 타임’과 ‘크리스마스 송’ 두 곡의 신곡에 ‘그로운 업 크리스마스 리스트’ ‘오! 홀리 나이트’ 등 캐럴 10곡을 클래식 스타일로 편곡해 수록했다. 남편이 ‘서울숲 둘리’란 예명으로 두 곡의 신곡을 작사했다.

박기영은 현재 시(詩) 앨범을 준비 중이다. 작년 11월 MBC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영화 ‘시’에 나오는 이창동 감독의 시 ‘아네스의 노래’에 멜로디를 붙여 축하공연을 한 것을 계기로 시에 곡을 붙이는 앨범을 기획하게 됐다. 이미 여러 시인들과 접촉해 노래로 재탄생되길 기다리는 시를 상당수 확보했다.

“작년 7집을 발표한 후 큰 좌절을 느꼈다. 열심히 만들었지만 반응이 없어 ‘듣는 음악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음악을 당분간 하지 말아야겠다, 대중가수로 무대에서 내려와야 하나, 생각했다. 언젠가는 노래를 멈추겠지만,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는 생각에 많이 울기도 했다. ‘아네스의 노래’는 나의 사그러져가는 아티스트의 자존감을 살려준 노래다.”

박기영은 ‘아네스의 노래’ 이후 여러 시인들로부터 격려와 함께 노래로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고, 이후 벌인 공연도 매진을 기록해 이번 크리스마스 앨범도 기획하게 됐다고 한다. “누가 알아주건 말건 내 길을 가겠다. 단지 나의 (음악을 듣는)귀의 성장속도와 내 음악 실력의 성장속도가 비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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