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NEL A 개국 특집/인터뷰]대배우의 힘은 부단한 자기성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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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화원 곰배령’에서 최불암은 고집스럽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한국의 아버지’로 열연한다. 지호영 기자 f3young@donga.com
‘천상의 화원 곰배령’에서 최불암은 고집스럽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한국의 아버지’로 열연한다. 지호영 기자 f3young@donga.com
지난해 이맘때 가수 송창식을 인터뷰했다. 경기 구리시에 있는 그의 연습실에서 물 한 모금 안 마시고 7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낮밤을 바꿔 사는 그의 생활리듬 덕에 인터뷰는 오전 3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인터뷰가 끝난 뒤엔 송창식의 작은 콘서트가 시작됐다. 환갑이 넘었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기타연습을 하는 그의 연습시간을 뺏은 덕에, 기자는 노래 12곡을 듣는 호사를 누렸다.

송창식이 노래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역시 환갑을 넘긴 가수 최백호에게 자랑한 적이 있다. 최백호는 “가보로 간직하라”며 기자를 부러워했다. 명곡 ‘낭만에 대하여’를 만들고 부른 그의 꿈은 90세쯤 멋진 히트곡을 하나 내는 것이다. 그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10년 넘게 채식을 했다.

거장 임권택 감독은 “아직 마지막 영화를 못 만들었다”며 조바심했다. ‘서편제’, ‘장군의 아들’, ‘취화선’을 만들고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았지만 아직 욕심만큼 만든 영화가 없다며, 임 감독은 허리를 곧추세웠다.

김희라는 1960, 70년대를 주름잡던 액션배우였다. 그는 영화 ‘시’(2010)에서 몸이 불편한 노인 역을 맡아 베드신을 선보였다. 그러나 그가 보인 건 섹스가 아니라 잠들지 않는, 아름답지만 처절한 인간의 욕망이었다. 풍을 맞아 몸이 불편한 그를 보며 ‘그런 몸으로 그런 역할을 하고 싶을까’ 생각했는데,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어때, 할 만 했지. 좋았지?”라고 자랑하는 그를 보며 기자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지난해부터 예인(藝人)들을 만나 월간 ‘신동아’에 인터뷰 기사를 쓰고 있다. 그들에게서 진정성 있는 예술의 흔적을 발견한다. 그들에게선,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게 아닌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려는 악다구니가 느껴진다. 지금의 그들을 만든 건 끝없는 성찰과 포기하지 않는 고집이라 생각한다.

한국적 아버지의 표상인 최불암은 채널A의 개국특집 주말드라마 ‘천상의 화원 곰배령’에서 고집스럽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우리네 아버지(강부식)를 연기한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22년간 지켰던 ‘전원일기’ 속 김 회장의 자리가 오버랩 돼 있다. 최불암은 “‘천상의 화원 곰배령’이 진정성 있는 드라마로 기억되길 바란다”며 조심스레 두 손을 모았다. 최불암은 인터뷰가 끝난 뒤 술잔을 들며 “한국의 아버지를 연기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나를 살아 있게 한다”고 말했다.

한상진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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