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톡톡 튀는 총알대사, 김수현 작가도 반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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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8일 07시 00분


‘천일의 약속’에서 지고지순한 여인을 맡아 데뷔 6년 만에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정유미.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트위터@binyfafa
‘천일의 약속’에서 지고지순한 여인을 맡아 데뷔 6년 만에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정유미.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트위터@binyfafa
■ SBS 월화드라마 ‘천일의 약속’서 지고지순 노향기역 정유미

눈길도 마주치지 않던 김작가님
“대본 곧 잘 읽는다” 뜻밖의 칭찬
“당찬 연기 앞으로도 기대하세요”


“한 남자를 위해 간, 쓸개 다 내줄 필요 없어요. 그런데 향기는 달라요.”

요즘 드라마에서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사람을 꼽으라면 정유미(25)를 빼놓을 수 없다. SBS 월화드라마 ‘천일의 약속’(극본 김수현·연출 정을영)에서 오직 한 남자만 바라보는, ‘지고지순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노향기를 맡아 데뷔 6년 만에 요즘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자타가 인정하는 ‘대사발’ 강한 김수현 작가의 작품. 거기에 이미숙 김해숙 등 화려한 연기력에 개성도 강한 선배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추지만, 그는 드라마에서 좀처럼 기가 죽지 않는 당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유미는 이런 평가에 대해 “오빠(상대역 김래원)에게 좀 미안하지만 사람들이 향기를 미련하게 보지 않아 다행”이라며 한숨을 돌렸다.

그가 향기 역을 따낸 건 적극적인 성격이 한 몫을 했다.

“원래 다른 연기자가 결정돼 있었어요. 그런데 무슨 사정으로 공석이 됐죠. 엄마와 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 그 소식을 듣고 그 길로 감독님을 만나러 달려갔어요.”

정유미는 김수현 작가와 함께 했던 첫 대본 연습 시간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김수현 작가는 바짝 긴장한 채 연습을 하던 그에게 좀처럼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런데 김 작가는 어느 순간 옆에 있던 박영규에게 정유미를 소개하며 “쟤가 곧잘 (대본을)읽더라고”라고 조용히 말했다.

“마치 입에 총을 장전한 것처럼 대사를 쏘아붙여야 할 때도 있어요. 발음과 속도도 정확하게 표현해야 해요. 목소리 톤이 낮다는 지적도 많이 받지만 재미있어요.”

● 김수현·이미숙과의 짜릿한 첫 만남

김수현 작가와의 만남만 그를 긴장시킨 건 아니다. 극 중 극성맞은 엄마로 나오는 이미숙과의 첫 만남도 그에 못지않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평창동 야외 촬영장에서 처음 만났는데 주변이 소란스러워서 갈팡질팡하는 저를 보고 ‘정신 똑바로 차려’라고 소리치셨어요.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죠. 그때는 제가 연기를 못해서 찍힌 줄 알았는데(웃음) 정말 쿨한 엄마처럼 응원해 주세요.”

정유미는 “향기에 대해 시청자들이 이렇게 반응해줄지 몰랐다”고 했다. “감독님이 ‘향기는 지구상에 없는 캐릭터로 만들었다’고 말했지만 일방적으로 당하고 사랑하는 향기를 좋게 봐주는 건 신기하다”고 했다.

부산이 고향인 정유미는 고교시절 담임교사의 권유로 연기학원을 다니며 데뷔를 준비했다. 마침 그는 학교 선배인 최지우의 담임을 맡았었고, 그로 인해 연예인을 발굴하는 ‘안목’을 갖고 있던 셈이다.

2004년 드라마 ‘애정의 조건’으로 데뷔한 정유미는 이후 사극 ‘대왕세종’ ‘동이’ 등을 거치며 연기력을 쌓았다. 드라마 출연 못지않게 영화 출연도 활발하다. 상영 중인 영화 ‘너는 펫’에서는 김하늘을 괴롭히는 직장 동료로, 내년 초 개봉하는 ‘원더풀 라디오’에서는 소심한 성격의 라디오 작가로 관객과 만난다.

“요즘 받는 관심은 무서울 정도에요. 늘 오디션을 보고 다섯 명에서 두 명으로 또 다시 한 명으로 좁혀지는 떨리는 과정을 반복했죠. 그런 과정을 또 겪어도 상관없지만 걱정은 접고 지금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고 싶어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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