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원 “액션배우라고 우쭐대다가 액션의 신 앞에서 혼쭐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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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31일 07시 00분


중고교 시절 닦은 무용 실력으로 유연한 몸을 지닌 예지원. 무용은 ‘더 킥’으로 액션연기에도 도전한 예지원에게 상당한 도움을 줬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트위터 @k1isonecut
중고교 시절 닦은 무용 실력으로 유연한 몸을 지닌 예지원. 무용은 ‘더 킥’으로 액션연기에도 도전한 예지원에게 상당한 도움을 줬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트위터 @k1isonecut
■ ‘더 킥’ 예지원 액션 첫 도전…여배우로 사는 법

옹박 감독 출연 제의에 태권도 등 연마
태국서 만난 고수들 눈만 뜨면 액션…액션…
전 그냥 참관배우로 입장 정리했어요, 하하

소속사·매니저·스타일리스트? 없어요
영화제 사회에 자선 공연·해외봉사까지 척척
거창하다고요? 주위에 조금씩 관심갖는 것 뿐


“액션이요? 그저 참관한 수준이에요.”

예지원(40)은 액션배우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부담스러운 듯 경계선을 분명히 그었다.

그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태국영화 ‘옹박’의 감독과 손잡고 출연한 ‘더 킥’에서 태권도 고수 역을 맡았다. 예지원은 “처음엔 저도 액션배우라고 우쭐했는데 촬영현장에서 진짜 고수들을 보고 입장을 정리했다”며 웃었다.

11월3일 개봉하는 ‘더 킥’은 태국 방콕에서 태권도장을 하는 한국인 무술가족이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액션코미디다. ‘옹박’ 시리즈로 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까지 이름을 알린 프라차 핀카엡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미 ‘더 킥’은 36개국에 판매됐다.

예지원은 태권도 메달리스트 출신의 엄마 윤을 맡았다. 태권도장을 하는 남편(조재현)을 도와 식당을 하며 두 자녀를 키우는 슈퍼맘이다. 액션영화 출연은 이번이 처음. 촬영 전 6개월 동안 액션스쿨을 오가며 태권도를 비롯한 각종 액션을 익혔다.

예지원이 경험한 태국 방콕의 촬영현장은 생각보다 훨씬 치열했다.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액션의 신’들이 눈앞에서 날아다니는 걸 보고 ‘액션배우’라는 말이 쏙 들어갔어요. 다들 목숨 걸고 하는데 그 때부터 저는 참관배우라고 바꿨죠. 하하.”
● “하루 종일 액션 얘기만 하는 순수한 배우들”

예지원이 ‘더 킥’에 참여한 건 뜻밖의 인연이었다. 프라차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왔을 때 구입해간 DVD 중 그의 출연작이 포함돼 있었던 것.

“‘옹박’을 수십번 봤어요. 살아있는 액션이 좋았어요. 방콕에서 4개월 정도 영화를 찍었는데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눈 뜨고 잠 잘 때까지 액션 연기만 이야기하는 배우들과의 생활은 정말 순수하고 흥미로웠어요.”

프라차 감독은 예지원에게 “액션이 어려우면 언제든 말하라”고 주문했다. 예지원의 ‘수준’에 맞춰 액션의 수위를 조정해주겠다는 배려. 하지만 그는 이를 사양하고 오기로 버텼다. 중·고등학교 시절 했던 무용 덕분에 유연한 몸을 가진 건 액션에 도움이 됐다.

“태권도가 정말 재미있는 운동이란 걸 알았어요. 촬영 전에 초단을 취득했고 촬영이 끝나고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도장에서 운동하는데 힘도 키우고 마음도 건강해지는 것 같아요.”

그의 상대역인 조재현의 폭로(?)에 의하면 예지원은 태국 촬영 당시 아침식사만 네 번이나 먹을 만큼 음식에 욕심을 냈다.

예지원은 “지금도 방콕 촬영장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싸고 맛있는 음식은 태국의 진짜 매력”이라며 태국 자랑을 쉼 없이 꺼냈다.
● 소속사, 매니저도 없다…그래도 바쁘고 행복한 배우

예지원은 올해 유난히 바쁜 활동을 벌이고 있다. 3월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올리기’를 개봉했고 이달 초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사회자로도 나섰다.

‘더 킥’ 개봉을 앞둔 요즘에는 각종 봉사활동까지 병행하느라 더 분주하다. 9월에는 에티오피아로 봉사활동을 다녀왔고 한 달에 한 번씩 컴패션과 함께 자선 콘서트도 연다.

“거창하고 특별한 게 아니에요. 주위에 조금씩 관심을 주는 거죠. 가만히 있을 땐 병이 날 것 같다가도 일하고 봉사할 때면 에너지가 더 생겨요.”

예지원은 현재 소속 연예기획사도 없고, 그 흔한 매니저도 없다. 심지어 스타일리스트의 도움도 받지 않고 모든 걸 혼자 한다.

인터뷰가 있던 날에도 직접 여러 벌의 의상을 챙겨왔고 메이크업도 혼자 했다.

“어떤 때보다 이렇게 일하는 게 편하고 자유롭다”는 그는 “단골 대리운전 기사님도 생겼다”며 크게 웃었다.

예지원은 ‘더 킥’ 이후에도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팬들과 만날 예정. 아직 계약서 사인을 남겨둔 상태라 구체적인 작품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달빛 길어올리기’ 덕분에 기회가 많이 오고 있다”고 했다. 또 ‘더 킥’의 태국 개봉에 맞춰 현지도 찾을 예정이다.

“임권택 감독님의 영화에서 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준 사람들이 있어요. 덕분에 그동안 하지 않았던 새로운 장르의 출연 제의를 받고 있어요. 연말부터는 자주 변신하는 저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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