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아들’ 카다피, 사막에 묻히다… 부검뒤 비밀장소에 매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약탈무기 회수-지뢰제거 숙제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시신이 사막에 묻혔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TV는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의 소식통을 인용해 카다피가 25일 새벽(현지 시간) 사막에 매장됐으며 구체적 위치는 비밀에 부쳐졌다고 보도했다. 압둘 하피즈 고가 NTC 부위원장도 블룸버그통신과의 통화에서 카다피를 비롯해 4남인 무타심과 아부바크르 유니스 전 국방장관 등 3명의 시신이 사막의 모처에 매장됐다고 확인한 뒤 “시신은 그의 부족에게 인계되지 않았다”며 “카다피의 페이지는 영원히 넘어갔다”고 말했다.

NTC는 전날 “카다피와 그의 넷째 아들 무타심의 시신이 사막의 비밀 장소에 매장될 것”이라며 “몇몇 이슬람 지도자가 참석한 가운데 간단한 의식이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NTC는 전날까지 부검을 마친 카다피의 시신을 미스라타 과도정부군 기지에서 일반에 공개했다. 22일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 매트리스에 피투성이인 채 놓여 있던 카다피 시신은 흰색 천과 두꺼운 국방색 모포로 이중으로 싸여진 뒤 줄로 묶여 있었다(본보 24일자 A1면 참조). 시신을 보관하는 건물 내부도 사실상 냉동고로 변해 있었다. 천장에는 냉풍기가 새로 부착돼 엄청난 양의 찬바람을 불어냈다. 얼핏 느끼기에 체감온도가 최소 영하 10도는 되는 것 같았다. 시신 공개 시간은 오후 3시까지로 제한됐다. 부대 관계자가 보여준 부검 직후 사진에 따르면 카다피의 시신은 양쪽 귀 뒤에서 목 쪽으로 먼저 절개를 했다. 이어 양쪽 가슴 위부터 복부(배꼽) 아래 끝까지 Y자 형상으로 절개를 한 흔적이 역력했다.

한편 전날 NTC가 국민을 향해 무기 반납을 호소하는 등 무기 회수와 지뢰 제거가 리비아의 숙제로 떠올랐다. 외신에 따르면 카다피군이 보유하던 대공미사일 2만 발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이며 각종 중화기도 무기창고에서 약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NTC가 전국에 뿌려진 무기를 회수하는 데 최소 6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와 카다피 고향 수르트 사이에 매설된 지뢰 10만 발을 포함해 전국에 약 40만 발의 지뢰가 설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반군의 한 청년 병사가 카다피를 죽였다고 자랑하며 카다피의 것으로 보이는 피에 젖은 셔츠와 카다피의 시신에서 빼냈다는 금반지를 보여주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유포되는 등 카다피의 최후를 둘러싼 온갖 주장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NTC 관계자는 카다피의 자식 중 행방이 묘연한 둘째 아들 사이프 이슬람이 위조 여권을 이용해 리비아를 빠져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이슬람은 23일 시리아의 알라이TV를 통해 “우리는 저항을 계속할 것이다. 나는 리비아에 살아있으며 자유롭다. 끝까지 가서 복수를 실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슬람은 니제르로 탈출하기 위해 리비아-니제르 국경 가까이에 은신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4일 밤 카다피의 고향인 수르트에서 연료저장 탱크가 폭발해 100명가량이 숨지고 50명이 부상했다고 AFP통신이 25일 보도했다.

트리폴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