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의 오늘] 1987년 ‘감독들의 족쇄’ 시나리오 사전 심의 폐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9월 1일 07시 00분


1987년 오늘 이전까지 감독들은 갈기갈기 찢긴 가슴으로 영화를 찍었다. 자신 혹은 작가가 쓴 시나리오에는 ‘삭제’ 혹은 ‘수정’을 명령하는 빨간 글씨가 가득했고, 그렇게 누더기가 된 시나리오로 만든 영화도 숱하게 가위질을 당해야 했다.

그러나 바로 이날부터 시나리오 사전 심의가 폐지됐고 감독과 제작자들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문화공보부는 그해 8월 186곡의 대중가요 금지곡에 대한 해금 조치에 이어 이날부터 시나리오 사전 심의제를 폐지했다.

당시 심의는 사실상 검열이었고 이는 어떤 법에도 규정되어 있지 않았다. 영화법 시행령에 ‘문공부 장관은 영화 제작의 신고를 받을 경우 대본 내용에 반국가, 반사회적 내용이 있을 경우 그 대본의 시정 또는 삭제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했을 뿐이다. 창작 의욕을 꺾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며 더욱이 법 규정도 제대로 없는 제도는 마땅히 철폐되어야 한다고 영화계는 목소리를 높였다.

시나리오 사전 심의는 1970년 예술문화윤리위원회가 처음으로 시행, 문화공보부, 공연윤리위원회, 영화진흥공사, 다시 공연윤리위원회 등으로 그 권한이 넘겨지며 오랜 세월 충무로를 옥죄었다. 시나리오 심의필증을 받지 않으면 제작을 할 수 없기도 했다.

그렇게 어두운 세월을 견디며 영화를 만들었던 숱한 제작자와 감독들에게는 여전히 필름 사후 심의 등이 남아 있었지만 시나리오 사전 심의 폐지만으로도 조금은 기지개를 켤 수 있는 날이 찾아왔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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