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노출도 안된다고?” 방송사, 여가수들 또 복장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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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2일 07시 00분


최근 여가수들의 의상에 대한 방송사의 자체 규제가 심해지고 있다. ‘버블팝’의 춤과 의상이 선정적이라는 지적을 받은 포미닛의 현아(위)와 씨스타(아래).
최근 여가수들의 의상에 대한 방송사의 자체 규제가 심해지고 있다. ‘버블팝’의 춤과 의상이 선정적이라는 지적을 받은 포미닛의 현아(위)와 씨스타(아래).
배꼽이 보여서…out!
바지가 너무 짧아서…out!

현아·씨스타 등 하의실종 패션 퇴출
미니스커트→핫팬츠→긴바지 다 바꿔


20일 오후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KBS 2TV ‘뮤직뱅크’의 리허설이 한참 진행중인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

무대에 오른 가수 현아가 제작진으로부터 의상을 바꿔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청바지에 가죽재킷 차림이었지만, 재킷 안에 입은 티셔츠가 문제였다. 춤을 출 때 배꼽이 살짝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현아는 ‘뮤직뱅크’ 생방송 때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원피스 롱드레스에 재킷을 입고 등장했다.

신곡 ‘소 쿨’로 활동을 재개한 여성그룹 씨스타도 이날 리허설 때 의상이 문제가 됐다. 미니 원피스 안에 입은 검은 반바지가 속옷처럼 보인다는 것이었다.

“반바지 속에 속바지까지 더 입었는데…”라며 난감해하던 씨스타는 결국 원피스 밑단을 안쪽으로 말아 올려 상의처럼 보여 반바지를 완전히 ‘노출’시켰다.

이날은 현아와 씨스타 두 팀만 ‘복장검사’에서 ‘적발’됐지만 최근 들어 매주 리허설 때마다 보통 서너 팀 이상이 제작진으로부터 의상 교체 요구를 받고 있다. 8월 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가 현아의 ‘버블팝’의 춤과 의상이 선정적이라는 의견을 방송사에 제기한 후 생겨난 풍경이다.

● 배꼽·맨살 안돼…방송가 의상 ‘집중단속기간’

그럼 요즘 방송가의 걸그룹 의상 기준은 어느 정도일까. 매니저, 스타일리스트 등에 따르면 배꼽은 절대 노출되어선 안 된다. 가슴골이 절반 이상 보이는 것, 상의에 큰 구멍을 내 맨살이 보이는 의상도 ‘방송불가’다. 속바지가 속옷처럼 보이는 것도 지적을 받는다. 가요 매니저들은 요즘의 이러한 분위기를 빚대 ‘집중단속기간’이라 부르고 있다.

작년 이맘 때도 여가수들의 의상에 대한 집중단속이 있었다. 작년 10월 초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국정감사에서 미성년 여자가수의 선정성과 학습권 보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김인규 KBS 사장이 자체 단속강화를 약속하면서부터다.

그때 단속 직격탄을 맞은 게 씨스타와 나인뮤지스였다. 씨스타는 작년 ‘가식걸’로 활동할 때 속바지가 팬티처럼 보인다는 지적을 받고 색깔을 바꾸었지만 다시 지적을 받았다. 작년 여름 데뷔한 나인뮤지스는 모델 출신의 멤버들을 강조하기 위해 가터벨트, ‘하의실종’을 의상 콘셉트로 내세웠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두 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집중단속기간’ 때 활동을 하게 됐다. 씨스타 스타일리스트 김민 씨는 “작년보다 더 심해졌다”고 했다. 김씨는 “의상을 준비할 때 심의 때문에 창의적인 스타일링에 제약을 받게 된다. 신경을 많이 써서 준비했지만, 어떤 지적을 받을지 몰라 항상 긴장된다”고 했다.

나인뮤지스는 아예 섹시함 대신 발랄함에 초점을 맞추었다. 나인뮤지스의 스타일리스트 홍혜원 씨는 “작년엔 10종의 의상을 준비했지만 원안대로 방송무대에 나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번 ‘피가로’ 무대의상으로 모두 7종을 준비했는데, 작년 경험도 있고 해서 이번에는 얌전하게 기획했다”고 말했다.

홍 씨는 “같은 의상인데도 방송사마다 지적사항이 다르다”면서 “선정성에 대한 기준이 사람에 따라 또 그날의 느낌에 따라 달라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11일 신곡 ‘블링블링’을 발표한 달샤벳은 기존의 명랑·쾌활한 소녀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핫팬츠 의상을 준비했다가 복장규제에 놀라 의상을 긴급 수정했다. 재킷 화보용으로 제작했던 바지를 무대에 입고 오른다.

달샤벳 측은 “요즘 걸그룹들이 치마 입을 걸 핫팬츠로 바꾸고, 핫팬츠로 할 걸 긴바지로 바꾸는 추세”라며 “의상문제가 자꾸 불거지면 가수 입장에서도 좋지 않으니 다들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귀띔했다.

김원겸 기자 (트위터 @ziodadi)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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