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정 “엄친아 의사서 엽기 스타로…내 인생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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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2일 07시 00분


‘행오버’ 켄 정, 취미로 시작한 연기 이젠 본업
“나체신? 암 투병 중이던 아내 응원 덕분이죠”


“인생은 짧아요. 두렵다고 도전하지 않는다면 기회는 손가락 밖으로 빠져나갈 거예요.”

한국계 미국인 배우 켄 정(42)은 힘을 주어 말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교포2세, 17세에 미국 명문 의대에 진학한 전직 의사, 엽기적인 코미디 연기로 할리우드에서 확실하게 자리잡은 배우. 켄 정에 대한 설명이다.

‘트랜스포머3’에서 동양인 과학자 역으로 등장해 친숙한 켄 정이 새 영화 ‘행오버2’ 개봉에 맞춰 내한했다. 그는 “한국은 어릴 때 한 번 오고 두 번째”라며 “한국 영화에도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했지만 그는 “아내” “정말” 같은 한국어를 섞어 말했다.

● 명문대 출신 전도유명한 의사에서 코미디 배우로

켄 정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09년 ‘행오버’를 통해서다. 이 영화에서 켄 정은 아시아 마피아 보스 차우 역을 맡았다. 그는 영화에서 나체로 자동차 트렁크 위에서 싸우는 엽기적이지만 코믹한 장면으로 관객에게 각인됐다.

영화에서는 황당한 역을 주로 맡지만 현실의 삶에서는 의사인 베트남계 아내와 쌍둥이 딸과 사는 자상한 가장이다. 명문 듀크 대학 의대를 졸업한 그가 배우가 된 건 1995년 출전한 한 코미디 경연대회 우승이 계기가 됐다.

“대학 때 연기수업을 받은 뒤 졸업하고 연기학교 입학허가를 받았어요. 의대 대학원에 진학을 결정한 후라 고민하다가 의사의 길을 택했어요. 의사로 일하면서 취미로 연기를 했고 데뷔작인 ‘사고 친 후에’ 출연 이후 여러 곳에서 제의를 받아 결국 배우로 전업했습니다.”

켄 정은 “학교에서는 월반해서 의대를 졸업한 모범생이었고 남을 존중하라는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다”고 했다. 이런 켄 정이 연기를 인생의 목표로 삼은 데는 유방암으로 투병하던 아내와 쌍둥이 딸의 응원 덕분이다.

“‘행오버’ 1편을 찍을 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아내가 유방암 3기 방사능 치료를 받던 때였고 쌍둥이 딸은 한 살이었어요. 심신에 지쳐 있었는데 아내가 영화를 하라고 격려해줬어요.”

‘행오버’에서 그는 나체 장면까지 불사했다. 시나리오에는 속옷을 입는 것이었는데 그가 감독에게 “벌거벗은 채 트렁크에 올라가겠다”고 제의했다.

켄 정은 ‘트랜스포머3’ 출연을 계기로 할리우드에서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그의 말처럼 “동·서양을 떠나 할리우드에서 배역을 따는 건 어려운 일”이었지만, ‘행오버’를 눈여겨 본 마이클 베이 감독의 눈에 띄어 ‘트랜스포머3’에 합류했다. “‘트랜스포머3’는 코믹 캐릭터를 했던 제 연기 폭을 넓혀줬죠. 물론 막대기를 디셉티콘으로 여기고 대결하는 연기는 어려웠어요. 하하. 앞으로 여러 캐릭터에 도전할 거예요. 스펙터클한 제 인생처럼요.”

이해리 기자 (트위터 @madeinharry)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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