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에 맞선 ‘아이둘’스타들

아이돌 그룹 일색인 가요계에 베테랑 가수들이 의기투합했다. 맨 위부터 더 컬러스(The Colors), 포커스(4CUS). 사진｜에이엠지글로벌·스포츠동아DB

강인원 박승화 민해경 이치현 박학기
7080 스타들 새 프로젝트 그룹 결성
더컬러스 포커스 M4 등 활발한 활동
“자연산 음악 들려주겠다” 감성자극

가요계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아이돌 그룹 일색인 가요계에 베테랑 가수들이 잇따라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해 ‘장년돌’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대중문화에 분 ‘복고바람’을 타고 ‘더 컬러스(The Colors)’, ‘포커스(4CUS)’ ‘M4’ 등의 팀들이 신·구세대의 정서적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더 컬러스’는 80년대를 이끈 가요계 스타 강인원 이치현 권인하 민해경이 모여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이다. ‘더 컬러스’의 기획사 ‘3355뮤직’은 “이들은 서로 음악 스타일이 다르지만 그동안 호흡을 맞춰온 작곡가와 가수(강인원 민해경), 같은 팀(강인원 권인하), 친구(강인원 이치현)로 인연을 맺어왔다”며 “샘플링 음악과 비주얼 위주의 무대에 질린 팬들에게 진짜 자연산 음악이 뭔지를 보여주자는 뜻을 모았다”고 그룹을 만든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더 컬러스’는 17일부터 경기도 수원 문화회관 ‘행복한 대극장’에서 첫 콘서트를 열어 각자 데뷔 후부터 현재까지의 음악적 삶과 진솔한 이야기를 토크쇼 형태로 팬들 곁에 다가갈 예정이다.

박학기 박승화 강인봉 이동은 등 포크 가수들이 뭉친 프로젝트 밴드 ‘포커스’도 있다. 이들은 2009년 동호회 성격으로 ‘대박나라’를 결성했다가 지난해 ‘포커스’로 바꾸고 최근 음반 ‘한번 더’를 발표했다. ‘포커스’ 역시 7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종로 동승동 예스24아트홀에서 열리는 ‘포커스 콘서트’를 통해 팬들의 감수성을 자극할 예정이다.

90년대 가요계를 이끈 배기성·이세준·김원준·최재훈(왼쪽부터)은 M4의 이름으로 뭉쳤다. 스포츠동아DB

두 그룹에 앞서 김원준 이세준 배기성 최재훈 등 90년대 초 인기를 끌었던 가수들이 결성한 ‘M4’도 ‘장년돌’로 가장 먼저 팬들과 만났다. 타이틀곡 ‘널 위한 멜로디’로 다양한 활동을 펼쳤던 이들은 현재 전국 투어를 돌고 있다. ‘M4’의 공연 기획사 측은 “아이돌처럼 화려한 퍼포먼스는 없지만 ‘7080 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공연으로 꾸미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베테랑 스타들의 프로젝트 그룹 붐은 역시 ‘복고 열풍’을 불고 온 ‘세시봉’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세시봉 열풍’으로 70년대 음악이 재조명받고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를 통해 옛 노래가 주목받으면서 가요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조영남이 결성한 ‘세시봉’은 전국 순회공연을 펼치고 이제 해외까지 발을 넓히며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공연기획사 WS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22일 산호세, 23∼24일 LA, 8월11일 뉴저지, 13일 뉴욕에서 콘서트를 열며 젊은 시절 자기들 노래를 듣던 중장년층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서 교감할 예정이다.

의기투합해 그룹을 결성한 이들 못지않게 7080 열풍에 힘입어 라디오DJ로 돌아온 구창모와 변진섭도 콘서트 등 다양한 통로로 팬들과 만나고 있다.

이런 열풍에 대해 대중음악평론가 강태규씨는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이들이 의기투합했다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이다”라면서 “이런 열풍의 근본적인 원인은 80∼90년대 음악이 재조명받은 데에서 출발했다. 또한 이들의 옛 추억과 음악이 결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면 충분히 이목을 집중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트위터@mangoo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