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제작비 100억 이상 블록버스터 ‘큰 놈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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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1일 07시 00분


‘마이 웨이’ ‘타워’ 등 한국영화 7편

전지현·비 등 스타배우 흥행배우 입지 굳히기 눈독
한국영화 침체기 벗어나 기본 300∼400만 동원 군침
일부선 대작영화 시장독식 “중급영화 설 곳 없다” 우려

영화 \'고지전\' 스틸
영화 \'고지전\' 스틸
장동건 설경구 김윤석 전지현 손예진 고수, 비….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들이다. 올해 이들의 이름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이들이 큰 제작비의 대형 영화에 경쟁적으로 출연하면서 스크린 장악을 위한 전례없이 거대한 싸움에 나서기 때문이다.

올해 충무로의 흥행 화두는 단연 ‘한국형 블록버스터’다. 최근 2∼3년 동안 주춤했던 제작비 100억원 규모의 대작들이 여름부터 연말까지 개봉한다. 현재 예정작만 일곱 편이다.

한국 영화 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인 250억원을 들인 강제규 감독의 ‘마이 웨이’를 비롯해 설경구·손예진의 ‘타워’, 김윤석·전지현의 ‘도둑들’, 비의 ‘레드 머플러’, 고수의 ‘고지전’, 이민기의 ‘퀵’까지 개봉 대기중인 영화는 모두 규모와 스타 파워, 이색 소재까지 지금껏 한국영화에서는 만나기 어렵던 스케일을 자랑한다. 유래없는 대작들의 격돌은 ‘공교롭게’ 개봉 시기가 겹쳐서 생긴 일은 결코 아니다.

○‘흥행 배우’를 향한 욕심

스타는 배우를 꿈꾸고, 배우는 흥행을 원한다. 광고 출연과 다양한 연예 활동으로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스타’지만, 정장 본업인 연기에서는 유독 흥행이 부진한 경우가 있다.

전지현은 스크린에서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했지만 2001년 ‘엽기적인 그녀’ 이후 흥행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도둑들’은 전지현이 그동안 겪은 부진을 털어내기 위해 작정하고 택한 작품이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 줄곧 영화에서 단독 주연만 고집했던 그는 ‘타짜’, ‘전우치’를 만든 최동훈 감독과 손잡고 김윤석·김혜수·이정재와의 공동 주연을 택했다.

고수는 제대 후 ‘백야행’과 ‘초능력자’를 통해 스크린에서 몸을 푼 뒤 7월 개봉하는 전쟁영화 ‘고지전’으로 블록버스터에 처음 도전한다.

입대를 앞둔 비 역시 100억 대작 ‘레드 머플러’로 배우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각오다.

○“기본 300∼400만” 매력적인 흥행 공식

영화 '7광구' 스틸
영화 '7광구' 스틸

블록버스터는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철저한 기획을 거쳐 만드는 영화다. 개봉을 앞둔 일곱 편의 영화도 이미 2∼3년 전부터 기획된 작품들이다. 투자·배급사 CJ E&M 영화부문의 한 관계자는 “한국영화 침체기였던 4∼5년 전에는 리스크가 부담스러워 선뜻 나서지 못했다”며 “2009년 ‘해운대’ ‘국가대표’ 흥행을 기점으로 블록버스터 기획이 활발히 시작됐고 올해는 그 결실을 보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연말 개봉하는 장동건 주연의 ‘마이 웨이’는 강제규 감독이 2007년부터 준비한 프로젝트. 올 여름 기대작인 하지원 주연의 3D ‘7광구’도 2008년부터 기획됐다.

규모가 크고 제작비가 높은 만큼 ‘기본 300∼400만 명의 관객을 동원 한다’는 공식은 블록버스터의 흥행 불문율이다. 멜로 흥행작을 내놓았던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블록버스터는 규모 덕분에 기획부터 화제가 되고 개봉 전후로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들어간다”며 “물량공세는 곧 초반 관객 동원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블록버스터의 시장 독식…우려의 시선

블록버스터는 한국영화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이야기, 제작 규모, 스타 출연으로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이러한 ‘규모의 싸움’에 우려를 내놓는 의견도 있다.

액션영화를 제작 중인 또 다른 제작사의 대표는 “제작환경이 극과 극으로 흐른다”고 우려했다. 최근의 영화 제작 흐름이 10억원 미만의 저예산 또는 100억원 이상의 대작으로 나뉜다는 지적이다. 그는 “30∼40억원 짜리 중급 영화가 사라지면 결국 영화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투자도 위축된다”며 “블록버스터가 시장을 독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개봉을 기다리는 일부 대작들이 할리우드 흥행작의 아이디어를 차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타워’는 스티브 맥퀸의 ‘타워링’ ‘도둑들’은 조지 크루니의 ‘오션스 일레븐’의 한국판”이라며 “할리우드 코드를 따온 영화들이 한국 관객들의 입맛을 얼마나 맞출지 의문”이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이어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들이고도 수출용이 아닌 ‘내수용’에 그칠 수 있다”고도 꼬집었다.

이해리 기자 (트위터@madeinharry)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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