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 화제의 인물] 돌아온 ★ 김희라 “아직 안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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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9일 2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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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실패·투병생활 등 딛고 컴백
20년만에 남우조연상 건재 과시

투병의 아픔을 딛고 ‘시’로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김희라가 부인 김은정 씨의 부축을 받으며 관객의 환호 속에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투병의 아픔을 딛고 ‘시’로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김희라가 부인 김은정 씨의 부축을 받으며 관객의 환호 속에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제가 아직 살아있네요.”

김희라는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손에 쥐고 떨리는 목소리로 수상 소감을 꺼냈다. “세월이 가도 열심히 노력해서 모든 이의 가슴 속에 계속 살아남겠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흔들림이 없었다.

김희라는 29일 열린 제47회 대종상영화제 남우조연상 수상으로 연기자로서 건재한 모습을 당당히 입증했다. 90년 ‘수탉’으로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받은 이후 꼭 20년 만에 다시 수상 무대에 올랐지만 전성기 때 보여준 힘은 변함이 없었다.

김희라의 수상은 이번 대종상영화제 주인공 가운데서도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사업 실패와 오랜 투병생활 뒤 마음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영화로 다시 돌아와 거둔 성과인 까닭에 수상을 지켜보는 영화 팬들의 마음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김희라는 ‘마부’로 유명한 50∼60년대 한국 영화의 대표적인 배우 고 김승호의 아들이다. 그는 1969년 영화 ‘독 짓는 늙은이’로 데뷔해 지금까지 15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80년대까지 왕성하게 활동했던 그는 작품 활동이 줄어든 90년대 초부터 심한 부침을 겪었고 팬들의 기억 속에서도 잊혀졌었다.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떨어지고 사업에도 실패했다. 2001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거동은 물론 말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상태가 호전되자 그가 돌아간 곳은 영화였다. 김희라는 2006년 출연한 ‘사생결단’으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시’에서 그는 주인공 미자(윤정희)의 간병을 받는 강노인 역을 맡아 쇠약해져 가는 노년의 욕망을 연기해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다시 돌아온 배우가 남긴 “모든 이의 가슴 속에 계속 살아남겠다”는 다짐은 영화 팬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사진|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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