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나를 닮은 얼굴’ 연출 태미 추 감독…“입양아와 친부모의 만남 기쁨 혼란 고통 담았어요”

동아일보 입력 2010-09-28 03:00수정 2010-09-2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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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하다. 미안해.”

“아니에요. 괜찮아요. 보고 싶었어요. 만나서, 좋아요.”

가슴 찡한 포옹과 오열. “힘들게 다시 만났으니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는 진행자의 덕담. TV에서 이따금 방영하는 해외입양 재외교민과 친부모의 재회 이벤트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만난 부모와 자식은 그 뒤 정말 ‘좋은 일’만 겪을까. 30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나를 닮은 얼굴’을 연출한 태미 추 감독은 TV에서 보여주는 감격적인 재회 장면 뒤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카메라에 담았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놀라운 만남 뒤에 닥쳐오는 예상 못한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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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양 경험을 작품에 반영한 태미 추 감독은 “혈육을 새롭게 알아가는 시간의 힘겨움은 만만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영화는 1977년 갓난아기 때 미국으로 입양된 현성욱 씨와 어머니 노명자 씨의 사연을 다뤘다. 18세 때 미혼모가 돼 힘겹게 살아가던 딸을 보다 못한 노 씨의 어머니는 손자를 외국으로 보낸다. 28년 뒤 KBS1 TV ‘아름다운 용서’라는 프로그램에서 두 사람은 재회의 기쁨을 나눈다. 추 감독은 이 과정을 영화 전반부에 간략히 소개하고 만남 뒤의 경험담에 초점을 맞췄다.

“장성한 아들에게 처음으로 밥을 차려 주던 어머니는 버무리던 잡채를 손으로 집어 입에 넣어주려 한다. 아들은 질색하며 뒤로 물러선다. 짧지만 상징적인 장면이다. 한복 상점에 간 아들은 ‘인형놀이 도구가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지난 세월을 보상하려는 듯 뭐든 해주려 하지만,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기까지 겪는 어려움의 크기는 만만찮다.”

추 감독은 “어머니와 아들 모두 성격이 털털한 편이라 드러내놓고 불평하는 일은 없었다. 이들은 오히려 특이한 경우”라고 말했다.

추 감독 역시 여덟 살 때 동생과 함께 미국으로 입양된 재외교민이다. 그는 고교에 다니면서 한국 입양기관에 편지를 보내 생모를 수소문했다. 1996년 부모와 재회했지만 어머니는 5년 뒤 위암으로, 아버지도 다시 2년 뒤 지병으로 숨졌다. 추 감독은 2000년 한 해 동안 한국에 머물며 생모를 간호했다. 자아를 찾기 위해 친부모와 재회했지만 말도 통하지 않는 그들을 돌보는 시간은 힘겨웠다. 그 경험을 통해 영화에서 ‘재회 이후’를 조명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원제는 ‘회복(resilience)’이다. 보통 해외입양으로 헤어졌던 친부모와 자식의 재회를 회복의 계기 또는 시작으로 바라보기 쉽다. 하지만 ‘다른 나라 사람’이 된 서로의 판이한 가치관을 이해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친부모와의 재회가 너무 고통스러웠다며 다시는 보려 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관계를 재형성하는 노력 가운데 진정한 ‘회복’이 있는 게 아닐까.”

영화는 친어머니와 함께 살기 위해 2009년 한국으로 들어와 일자리를 찾으려 하는 아들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지금 아들 현 씨는 미국에 있다. 추 감독은 “두 사람의 관계가 좋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다. 현 씨를 길러준 미국인 어머니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그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노 씨는 보험 일을 하면서 틈틈이 미혼모를 돕는 사회봉사 활동을 한다. 미국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다시 얻지 못한 현 씨의 삶도 고달프다. 만남의 기쁨은 짧고 현실은 무겁다. 그러나 그들의 삶이 서로를 만나기 전보다 크게 나아진 것만은 틀림없다. 설혹 함께 살 수 없을지라도.”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영화 ‘나를 닮은 얼굴’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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