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가듯 유럽 누비며 편안한 일상을 읊조리다

  • Array
  • 입력 2010년 5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베란다 프로젝트’ 김동률-이상순
듀오 앨범 ‘데이 오프’ 발표

최근 ‘베란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듀오 앨범을 낸 김동률(왼쪽)과 이상순은 “네덜란드에서 둘이 공연장에 자주 갔는데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들도 일상적으로 신인 뮤지션의 공연을 보러 다니는 멋진 문화가 부러웠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뮤직팜
최근 ‘베란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듀오 앨범을 낸 김동률(왼쪽)과 이상순은 “네덜란드에서 둘이 공연장에 자주 갔는데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들도 일상적으로 신인 뮤지션의 공연을 보러 다니는 멋진 문화가 부러웠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뮤직팜
따스한 햇살이 스미는 베란다에 앉아 친구의 수다를 듣는 것처럼 편안한 음악이다. 유럽 곳곳의 사진과 일상의 단상을 읊조린 가사를 담은 앨범 재킷은 한 권의 여행기를 보는 듯하다. 싱어송라이터 김동률(36)과 그룹 롤러코스터의 기타리스트 이상순(36)이 듀오 ‘베란다 프로젝트’를 결성해 앨범 ‘데이 오프(Day off)’를 냈다. 김동률이 듀오 앨범을 낸 것은 이적과의 ‘카니발’ 이후 13년 만의 일. 2006년 8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음대로 유학을 떠났던 이상순은 휴학을 하고 앨범을 발표했다. 18일 서울 여의도의 소속사 뮤직팜 사무실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수록곡의 제목과 가사를 키워드로 해서 두 사람의 말을 정리했다.

○ ‘단꿈’: 징징대는 전화기도 쌓여가는 e메일도 모두 잊고 야자수 밑 그늘 아래 누워서…

2004년 사진 동아리에서 만나 친해진 두 사람. 이상순이 유학간 뒤 김동률은 암스테르담으로 세 차례 찾아가 이상순과 함께 음반을 ‘단꿈’ 꾸듯 만들었다. “제 방에서 음악 듣고 밥 해먹으며 함께 지내다 즉흥적으로 곡을 쓰게 됐어요. 시작은 장난 반 진담 반이었죠.”(이) “둘 다 한국을 떠난 상태라 소풍가는 느낌의 편안한 음악이 자연스레 만들어졌어요. 각자의 스타일은 내려놓은 채 옅은 도화지 위에 함께 그림을 그리는 식이었죠.”(김)

두 남자는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포르투갈 리스본, 벨기에, 몰타 등을 함께 누볐다. 이상순은 “둘 다 클럽 가서 춤추는 스타일은 아니라 조용조용하니 잘 맞는다”고 말했다.

○ ‘벌써 해가 지네’: 아, 이런 날엔 여자친구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뭘 해도 재밌을 텐데

‘벌써 해가 지네’의 가사를 쓴 김동률은 “지어낼 수 있는 내용이 아니잖아요! 가사 너무 슬프죠?”라고 말했다. 두 남자 모두 여자친구가 없다고 했다. 둘이 붙어다녀 그런 것 같다고 하니 “맞다”며 맞장구를 쳤다. “주위에 싱글 친구가 많아요. 밥 먹자고 전화하면 바로 ‘좋다’며 나오거든요. 우리 중 한 명이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남은 한 명도 외로워 여자친구를 만들 수밖에 없을 거예요.”(김)

○ ‘괜찮아’: 닿을 듯했던 너의 꿈들이 자꾸 저 멀리로 아득해질 때…


20대부터 고정 팬을 확보했지만 두 사람은 간혹 초조함을 느낀다고 했다. 이상순은 “유학생활을 하니 혼자만 시간이 멈춘 기분이에요. 친구들은 회사 잘 다니고 음반도 열심히 내는데…. 어떡하나, 졸업이 2012년인데…”라며 한숨 섞인 웃음을 지었다. “남들은 네 살 때부터 피아노 쳐서 손가락이 미친 듯이 돌아가는데 내가 다시 피아노를 시작해도 늦지 않을까 고민한 적도 있어요.”(김)

○ ‘기필코’: 그토록 내가 바랐던 나의 꿈, 내 삶의 이유… 기필코 나는 해내고 말 테야


2006년 7월 롤러코스터 싱글 ‘유행가’를 끝으로 활동을 쉬고 있는 이상순은 “학교 갔다 집에 와서 숙제하고 시험 준비하는 단순한 삶을 살면서도 일상에서 음악을 진정 즐길 수 있는 여유를 배웠다”고 말했다.

김동률은 “솔로 앨범 만들 땐 진지한 발라드 위주여서 기분이 가라앉을 때가 많은 데다 일이 하나라도 틀어지면 패닉 상태가 되는데 이번엔 상순 씨가 다잡아 줬다”며 “음악 작업을 하면서 처음으로 즐거움을 느꼈으니 이 앨범이 음악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