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아동 성매매와 인신매매, 불법 장기매매 등을 고발한 일본 영화 ‘어둠의 아이들’은 참혹한 진실을 담고 있다. 매음굴에 팔려간 아이들이 성 학대를 당하는 장면을 고스란히 그렸다. 재일교포 소설가 양석일 씨의 원작 ‘어둠의 아이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2008년 8월 일본에서 2개 스크린으로 개봉했다가 135개관으로 늘어났다.
‘어둠의 아이들’의 한국 개봉(25일·18세 이상)을 앞두고 방한한 사카모토 준지(阪本順治·52·사진) 감독을 10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한 극장에서 만났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 사건을 다룬 한일 합작영화 ‘KT’(2002년)를 비롯해 ‘클럽 진주군’(2004년) 등 사회 현실을 반영한 영화를 연출해왔다.
그는 “원작을 읽은 뒤 ‘이런 충격적 현실을 대중에게 알리지 않는다면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는 책임감이 들어 연출을 맡았다”고 말했다.
촬영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외국인이 태국에서 영화를 촬영하려면 태국 관광청에 각본을 보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관광청이 거절했다. 어쩔 수 없이 태국 제작사가 일본인 스태프를 고용해 촬영하는 방식으로 허가를 받았다.
“예전 독일인 감독이 같은 소재의 영화를 만들려고 태국에 갔다가 권총을 든 괴한으로부터 ‘촬영을 당장 멈추고 귀국하라’는 살해 위협을 받고 포기한 일도 있었습니다. 저도 두려웠지만 죽음을 각오하고 크랭크인 했습니다.”
개봉 뒤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8년 9월 태국 방콕국제영화제에 초청됐지만 개막을 앞두고 상영이 취소됐다. 일본 극우주의자들로부터 “자학(自虐)사관을 반영한 반일영화”라며 비난도 받았다. 일본인이 태국 아동을 성 학대하는 장면이 나오고, 일본 중산층 부부가 아들을 살리기 위해 태국 어린이의 심장을 불법 이식한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사카모토 감독은 “오디션으로 뽑은 아역배우들이 정신적 상처를 받지 않도록 아이들이 이 영화의 의미를 이해하기 전까진 카메라를 돌리지 않았고, 성 학대 장면에서는 어른과 아이를 따로 촬영했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과 10년간 우정을 쌓아왔다는 그는 “사회성과 오락성을 모두 갖춘 봉 감독 영화의 질적 완성도에 ‘굴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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