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의 감초… 빛나는 중·장년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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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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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세에 드라마 4편 출연 ‘전성기’
김영옥 씨 “요일마다 캐릭터 바뀌죠”

아직 미혼인데… 안방마님 역 단골
윤미라 씨 “엄마로 사랑받아서 행복”

배우 김영옥 씨는 일흔세 살의 나이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KBS1 ‘다함께 차차차’, KBS2 ‘공부의 신’, KBS2 ‘추노’, MBC ‘보석비빔밥’ 등 네 드라마에 출연했다.

드라마가 시작되면 주연을 맡은 톱스타가 부각되지만 이들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것은 중년 연기자들의 농익은 연기다. 최근 할머니와 어머니 역으로 각각 활약하고 있는 김 씨와 윤미라 씨를 통해 중년배우의 활동상을 짚었다.

○ 김영옥 “출연작 많아 민망해”

김 씨는 주말드라마 보석비빔밥에서는 우악스러운 욕쟁이 할머니로,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에서는 가녀리고 불쌍한 할머니로 나온다. 요일별로 확 바뀐 캐릭터로 시청자들을 찾아가고 있는 셈. 김 씨는 “나름대로 출연이 겹치지 않으려고 하는데 배역 욕심이 많다 보니 우연치 않게 그렇게 됐다. 스스로 민망하기도 하다. 욕심이 지나치다고 주위에서 말할 것 같다”면서 웃었다. 그는 “식상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배역을 맡을 때마다 대본을 소리 내어 읽으며 연습을 한다”며 “내 또래가 맡을 수 있는 배역이 점차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기는 하지만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 씨는 최근 ‘인터넷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김 씨가 2004년 ‘올드미스다이어리’에서 한 40초가량의 욕설 대사를 한 누리꾼이 미국 힙합가수 에미넴 등과 합성시켜 퍼뜨린 ‘할미넴 동영상’이 화제가 된 것. 김 씨는 “동영상은 못 봤지만 관련 기사는 누가 출력해줘서 봤다. 젊은이들이 좋아해줘서 즐겁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 윤미라 씨 지난해부터 3편 연속 안방마님

1972년 영화 ‘처녀뱃사공’으로 데뷔한 윤 씨는 이국적인 마스크로 청춘스타로 활약했다. 최근에는 어머니 역을 연달아 맡으며 드라마 속 대표 어머니상을 그리고 있다. 윤 씨는 지난해 SBS ‘아내의 유혹’, KBS2 ‘솔약국집 아들들’에 이어 현재 KBS1 ‘바람불어 좋은 날’에 출연하며 인기 드라마의 안방주인을 연달아 차지했다.

윤 씨는 “아직 결혼은 안 했지만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어 어머니 역할을 하는 데 무리는 없다”면서 “예전에는 사회활동을 하는 성공한 어머니 역도 했지만 최근에는 대가족 속 어머니로 부모 공양하고, 자식 뒷바라지하는 역할로 고정된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같은 어머니 역이지만 작품마다 미세한 차이가 있고 진짜 가족 같은 분위기를 내기 위해 다른 배우들과 평소 친하게 지낸다”면서 “어머니 역으로 사랑받아 요즘 행복하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중년배우 역할 다양해져야”

김 씨와 윤 씨 외에도 드라마에 잇달아 출연하는 중년배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중년배우들이 부모나 주변인물 역할에 한정돼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같은 연기자가 비슷한 배역에 겹치거나 연달아 출연하면서 시청자가 극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중년배우들이 할머니나 어머니로 정형화된 역할만 맡는 게 제작사 입장에서는 안정되게 극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배우에게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며 “김혜자 김해숙 씨가 영화계로 간 것도 결국 드라마 배역의 한계를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영미 문화평론가는 “중년배우는 비슷한 캐릭터라도 다르게 해석하고 그려낼 수 있지만 극의 안정성을 위해 익숙하고 정형화된 연기를 펼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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