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성형 고백, 실시간 작업…박성광 허안나 ‘자폭’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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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4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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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개그콘서트'의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코너에서 몰오른 취객 연기로 인기를 얻고 있는 박성광 허안나 콤비.
KBS 2TV '개그콘서트'의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코너에서 몰오른 취객 연기로 인기를 얻고 있는 박성광 허안나 콤비.
'술 푸지' 않고는 맨 정신으로 견딜 수 없는 세상을 향해 술주정을 늘어놓는 두 남녀가 있다.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우다 경찰서에 끌려온 주제에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국가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느냐"며 되레 큰소리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 코너에서 몰 오른 취객 연기로 최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박성광(29)-허안나(25) 콤비가 그들이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 여의도 KBS 별관 앞 커피숍으로 나온 박성광은 깜찍한 털모자에 금장 단추가 달린 남색 외투를 입고 스키니 진에 굽이 높은 흰색 스니커즈를 받쳐 신었다. 밤색 뿔테 안경엔 렌즈가 없었다. 허안나의 말로는 "자기 딴에는 어려 보이려 애쓴 코디"다. 그래서인지 TV에서 볼 때보다 어려 보였다.

키가 170cm인 허안나는 화장기 없는 털털한 인상이었다. "실제로 보니 미인이다"라고 인사하자 "성형한 얼굴"이라며 박성광이 답했다. 허안나도 여간내기는 아니었다. "그래요, 저 성형 했어요!" 박성광도 지지 않았다. "어차피 (수술한) 티가 다 나."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더니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은 콤비다.

▶ "코너를 본 국회의원이 접견 신청"

박성광은 2007년 KBS 개그맨 22기 공채로 데뷔했다. '개그 콘서트' 코너인 '집중토론' '성공시대' '박 대 박' '봉숭아 학당'에 출연하며 2008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부문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유행어는 없었다. 지난해 KBS 공채 개그맨 24기로 데뷔한 허안나는 말 그대로 신인이다.

이런 두 사람이 3개월 전 의기투합, 취객을 통해 세상을 꼬집는 시사 풍자극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을 선보였다.

"영화 '올드보이'의 최민식의 연기를 보고 힌트를 얻어 코너를 짰어요. 영화 첫 장면에서 경찰서 난동을 부리는 모습이 나오거든요. 아무리 소심한 사람이라도 술을 마시면 자신감이 생겨 마음속에 담아놓았던 하고 싶은 말을 하잖아요."(박)

사교육 비판, 국회의원 난동, 집값 문제, 병역 비리 등 그때그때 소재가 되는 아이디어는 신문에서 얻는다. 인터넷 뉴스만 보면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검색하거나 눈에 띄는 기사만 보게 되는데 신문은 펼치면 한눈에 기사가 들어와 소재 찾기에 유용하다고.

"풍자극을 하면서 주변 반응이 많이 달라졌어요. 국회의원 두 명이 만나자고 한 적도 있어요. 그분들 말이 '처음엔 불쾌했지만 끝에 가선 웃게 됐다'고 해서 색다른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팬층이 확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학생들만 저를 알아봤는데 이제는 어르신들이 많이 좋아해 주세요. 택시 기사 팬이 특히 많은데, 그동안 소외됐던 장년층을 위한 개그를 했다는 점에서 뿌듯했어요."(박)

"반응이 좋으니까 더 심하게 망가지고 싶은데, PD님이 자제하라고 해서 강도를 낮추고 있어요."(허)

▶ "외롭다. 연애 생각나면 가장 술 푸고 싶어"

두 사람 다 배역에 너무 몰입을 했기 때문일까. 술 취한 연기를 3개월 동안 하면서 전에 없던 주사가 생겼다.

"술에 취하면 그때부터 전혀 기억이 안 나요. 그리고 제가 그렇게 주변 사람들에게 전화를 건대요. '더러운 세상~'이러고 서운한 감정을 얘기한다나요. 완전히 그 캐릭터가 된 거죠."(박)

"저는 술에 취하면 운동신경이 배가 돼요. 동물처럼 뛰어다니고 담을 타고 100m 달리기를 해요. 그러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때문에 주변인들에게 민폐를 끼치진 않아요."(허)

주량은 박성광이 소주 2병, 허안나는 '가늠할 수 없음'이다. 최근 둘이서 소주 4병을 마셨는데 박성광만 취했다고. 허안나는 필름이 끊긴 선배를 챙겨서 집에 데려다줬다.

"마지막에는 선배 침이 흘러서 안주에 떨어져서 더러웠어요. 술 취하면 말은 또 얼마나 많아지는지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선배라서 그만 하라고 하지도 못하고."(허)
"뭐, 좋았다며? 보람찬 하루였다며!"(박)

우리나이로 서른 살, 박성광이 간절히 '술 푸고' 싶을 때는 외로움을 느낄 때란다. 한 때는 개그우먼 박지선의 관심과 사랑을 받던 그였다. '이제는 대시하는 사람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전혀 없어요. 그렇게 물어보지 마요. 대낮부터 또 우울 하네"라며 한숨을 쉰다. 그를 검색어 1위로 만들었던 '박성광, KBS N 스포츠 김석류 아나운서에게 구애' 기사도 과장이 80~90%란다. 박지선과는 사귄 건 아닌데 정리가 됐다고 했다.

지난해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허안나는 미치도록 술을 퍼마신 뒤 동기에게 전화해 특유의 '사이렌 소리' 울음으로 정신 줄 놓고 울었단다. 그리고 다음날 새로운 사랑을 찾으러 나이트로 직행했다. 자칭 '쿨한 여자' 허안나다.

▶ 박성광, 인터뷰 도중 당당하게 대시했다가 그 분에게 바로 거절…

과년한 남녀가 매일 붙어 다니니 주변에서 사귀라는 소리도 나올 법한데, 서로가 서로의 이상형이 아니라고 했다. 박성광은 "허안나의 덩치가 너무 크다"며 구박을 했다. 허안나도 "누군 사귀고 싶은 줄 아느냐?"며 지지 않았다.

"연예인 보다는 이해심 많고 정시에 퇴근하는 회사원이 제 이상형이에요."(허)
"저는 청순하고 여성스럽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친구요. 그런데 막상 끌리는 이성은 저를 막 대하고 제게 상처를 주는 여자에요."(박)

이상형을 말하던 박성광의 눈빛이 취재용 카메라를 향해 빛났다. "제 이상형은 딱 저 분인데요."

열심히 카메라 돌리던 정주희 기자(24)를 향해 박성광은 '구라' 안경 너머로 레이저보다 강한 '눈빛 빔'을 쐈다. 내친김에 쐐기를 박는 한 마디. "저 어때요?"

정 기자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하지만 횡설수설하다가 "친구가 박성광 팬"이라고 둘러대는 예의를 잊지 않았다.

박성광도 "장난이에요. 우리가 원래 짓궂거든요"라며 말을 돌렸다.

당시엔 말할 수 없었지만, 정 기자의 이상형은 강동원과 김남길이다. '강동원, 김남길만 좋아하는 더러운 세상~!'

▶ 박성광은 소녀시대, 허안나는 2PM

코너에서 허안나의 컨셉트는 남자 연예인을 따라다니는 취객이다. 동방신기와 2PM을 주로 공략하는데 실제로도 팬이다. 코너 덕분에 동방신기 시아준수와 전화 통화를 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마당발' 박성광이 연결해줬다.

박성광은 걸 그룹 소녀시대의 팬이다. 2집 '오!'(Oh!)가 나오자마자 휴대전화에 뮤직비디오를 내려받아놓고 세 번 보고 잤다. 휴대전화를 가슴에 안고 소녀시대의 꿈을 꾸면서.

개콘에서 잘 나가는 두 사람이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뭘까.

"저는 라디오 DJ 많이 욕심이 있어요. 최근 설 특집 일일 DJ 의뢰가 2번 들어와서 해봤는데 정말 매력이 있어요. SBS 라디오 '컬투 쇼' 같은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요.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안성기 선배님 같은 배우를 초대해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 보는 컨셉트로요. 그리고 정극 연기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사실 최민식 선배와 만나서 의논하기로 했어요."(박)

"저는 '봉숭아 학당' 진출요. 사실 전에 2주 나간 적이 있는데 (편집돼서) 아무도 모르세요. 혼자 해야 하는 거라 무섭기도 하지만 많이 연구 중이에요. 저는 신인이라서 다른 것보다는 '봉숭아 학당'에 자리 잡는 걸 우선할 겁니다."(허)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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