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꽃미남 없어도 떴다! 日댄스그룹 EX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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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0일 15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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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노래는 주로 댄스나 발라드곡이다. 대표적 히트곡인 'Choo Choo TRAIN'(리메이크곡)이나 '타다…아이타쿠테'(ただ…逢いたくて) 등은 난해하지 않고 감미로운 멜로디가 돋보여 누구나 듣기 편하다. 그래서 이 그룹의 노래는 드라마 OST나 CF 삽입곡으로도 많이 쓰인다.

일본의 남성 14인조 댄스그룹 EXILE의 음악 스타일은 대략 이렇다. 14명이나 되는 멤버 수, 멤버 각자가 배우나 DJ 등 다른 분야에서도 활동하는 점, 대중성이 강한 음악, 화려한 댄스 실력만 봐서는 당연히 아이돌 그룹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EXILE은 일본 아이돌의 공식 가운데 중요한 것 한 가지를 깨뜨리고 있다. 바로 외모다. 아라시, SMAP 등 쟈니즈 계열의 일본 남자 아이돌 그룹들과 달리 EXILE에는 '꽃미남'이 거의 없다.

일본의 남성 14인조 댄스그룹 EXILE. 대중적인 음악 스타일 등 다른 일본 아이돌 그룹과 흡사하지만 멤버 중 \'꽃미남\'이 거의 없다는 점은 다르다.
일본의 남성 14인조 댄스그룹 EXILE. 대중적인 음악 스타일 등 다른 일본 아이돌 그룹과 흡사하지만 멤버 중 \'꽃미남\'이 거의 없다는 점은 다르다.


▶투박한 남성미? 아이돌 공식을 깨다

EXILE에서 일본 남자 아이돌 특유의 외모와 가장 흡사하게 생긴 멤버로는 TAKAHIRO(25)가 거의 유일하다. 2006년 뒤늦게 이 그룹에 합류한 그는 눈이 크고 턱선이 갸름하니 곱상하게 생겨 젊은 여성 팬을 사로잡을 만하다.

하지만 TAKAHIRO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꽃미남과는 거리가 멀다. 가뜩이나 투박하게 생긴 이들은 음반 재킷마다 인상까지 한껏 찌푸리고 등장해 한층 '세' 보인다. 미소년 아이돌이기는 커녕 험상궂은 아저씨들 같다.

EXILE은 그러나 이 같은 단점(?)을 오히려 거친 남성미로 포장해 개성으로 살리며 J-POP계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춤 잘 추고 노래 잘 하는 '터프가이' 아저씨들이 꽃미남 소년들에 장악된 일본 남자 댄스그룹 시장을 흔들어놓은 것이다.

그룹 멤버들의 연령대도 다양하다. EXILE을 만든 주인공이자 맏형인 HIRO는 1969년생이다. 댄스그룹 멤버로서는 이례적으로 불혹의 나이인 40세 아저씨다.

1990년대 인기그룹 ZOO의 멤버로 활동했던 그는 키무라 타쿠야 등 SMAP 멤버들처럼 미소년 아이돌로 데뷔해 잘 생긴 외모로 오랫동안 여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도 아니다. EXILE은 이처럼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 14명이 뭉쳐 활동하고 있다.




비록 '아이돌 공식'에서는 벗어난 그룹이지만 EXILE이 2일 발매한 새 앨범 '아이스베키미라이에'(愛すべき未来へ)는 첫 주 동안 73만장 이상 판매되며 오리콘 앨범 주간차트 1위에 올랐다. 올해 일본에서 발매된 앨범 중 첫 주 판매량이 가장 높았다.

이 그룹의 음반사인 에이벡스 측은 첫날 앨범 출하량만 100만장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일본도 음반시장 불황이 심각한 가운데 EXILE의 새 앨범은 일찌감치 밀리언셀러를 예약한 것이다. 이들이 지난해 발매한 앨범도 제2의 전성기를 맞은 톱가수 아무로 나미에를 제치고 연간 판매량 1위를 차지하면서 각종 가요상을 휩쓸었다.

'못 생겼다'는 점은 오히려 EXILE이 남자 아이돌 그룹의 한계를 넘어서 폭넓은 팬 층을 확보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거친 매력에 환호하는 여성 팬은 물론, EXILE의 노래와 댄스에 푹 빠져 노래방에 가면 이 그룹의 곡을 열창하는 남성 팬들이 상당히 많다.

▶실력과 감각으로 다져진 EXILE의 힘

2001년 데뷔해 올해로 8년째 활동해온 EXILE. 이들은 처음부터 톱스타로 각광받지는 않았다. 꽃미남이 즐비한 일본의 남자 아이돌 그룹 시장에서 '독특한' 외모를 지닌 이들이 단숨에 정상에 오르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지를 승부수로 내건 다른 아이돌 그룹과 달리 이들은 가창력과 전문가 수준의 춤 실력으로 스스로를 차별화했다. 처음부터 보컬과 댄서의 영역을 뚜렷이 구분해 각자의 장기를 살리며 팬을 확보해 왔다.

그룹 데뷔 시절부터 메인보컬을 도맡아온 ATSUSHI는 '과격한' 생김새와는 달리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댄스, 발라드 등 다양한 곡을 잘 소화해냈다. 전문 댄서로 활동한 HIRO, MATSU, USA 등 나머지 멤버들은 EXILE이 실력파 댄스그룹으로 주목 받는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EXILE은 데뷔 3년만인 2004년 15번째 싱글 'real world'가 오리콘 차트에서 처음 1위에 오르며 정상급 가수로 발돋움했다. 이 와중에 보컬 멤버가 교체되는 등 잠시 주춤했으나 지난해엔 싱글, 앨범이 잇따라 히트하면서 정상에 우뚝 섰다.

그리고 EXILE이 향후 10년, 20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젊은 기를 불어넣겠다면서 7명이던 그룹 멤버를 올해 14명으로 대폭 늘렸다. 처음엔 팬들의 반발이 심했으나 새 앨범의 성공으로 이 같은 모험은 기대했던 결과를 낼 전망이다.

이 그룹이 높은 인기와 함께 주목받는 부분은 바로 'EXILE 비즈니스'다. 리더인 HIRO는 EXILE을 하나의 브랜드로 활용하는 회사를 설립하고 직접 사장직을 맡아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EXILE 특유의 패션 감각을 의류에 반영한 'GOLD 24 karats Digger' 등은 일본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브랜드다. 극단 'EXILE'이 결성돼 댄스가 출중한 멤버들이 그룹 활동과 별도로 무대 공연을 하면서 높은 수익도 내고 있다.

또 잡지 '월간 EXILE'이 창간됐으며 EXILE 각 멤버의 이미지를 캐릭터로 형상화한 만화와 애니메이션 '에구자무라이 센고쿠'(エグザムライ戦国), 댄스학원인 'EXPG' 도 그룹 브랜드를 활용한 새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EXILE의 이 같은 행보는 그룹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새로운 팬을 창출하는 효과까지 내고 있다.

일본 남자 아이돌 그룹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꼽혔던 꽃미남. 하지만 EXILE은 곱상한 외모 대신 가창력과 춤 실력, 그리고 남다른 사업 감각을 활용한 독창적인 행보로 J-POP 아이돌 공식을 깨부수며 거침없이 전진 중이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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