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edrama〈speed+dr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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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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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의식한 드라마들극초반 할리우드식 속도전“극 중반이후 힘빠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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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아이리스’는 숨 돌릴 새 없이 빠른 이야기 전개로 시청자를 사로잡는 대표적인 ‘스피드라마’다. 사진 제공 KBS
KBS2 ‘아이리스’는 숨 돌릴 새 없이 빠른 이야기 전개로 시청자를 사로잡는 대표적인 ‘스피드라마’다. 사진 제공 KBS
BS2 ‘아이리스’와 SBS ‘천사의 유혹’은 드라마 시작 전 약 2분에 걸쳐 이전 줄거리를 요약해 보여준다. 전개가 빨라 이전 방송을 한 회라도 놓쳤으면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들은 속도감으로 시청자를 사로잡는 최근의 경향을 반영한다. ‘스피드라마’(스피드+드라마)라고 부를 만하다. 시청률 경쟁이 심해지고 미국 드라마(미드)의 할리우드식 전개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추다 보니 드라마 전개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는 것이 방송가의 분석이다. 저마다 경쟁에 몰려 여유를 갖지 못하는 현대사회의 모습이 반영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천사의 유혹’은 이소연(주아란 역)이 복수를 위해 원수 집안의 아들 한상진(신현우 역)을 유혹해 결혼하고, 결혼 후 남편에게 불륜 관계를 들키고, 남편을 태우고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차 사고를 내 남편이 크게 다치고, 사고를 남편이 낸 것처럼 위장하는 내용이 방송 2회 안에 모두 담겼다.

SBS 허웅 드라마국장은 “요즘에는 1회 시청률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이 수치에 따라 시청자들이 특정 프로그램에 쏠리는 현상이 심해졌다. 제작진에게 드라마의 1∼4회는 특히 빠른 스피드로 전개해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아이리스’는 ‘국가안전국’ 요원들과 북한 공작원의 대결을 그린 첩보물. 다른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극 초반에 시작돼 후반부에야 절정에 이르는 남녀 주인공의 애정관계도 속전속결로 진행한다. 이병헌(김현준 역)과 김태희(최승희 역)는 방송 1회에서 서로 호감을 갖고 2회에서 키스를 하고 연애를 시작한다. 3회에서는 같이 여행을 떠나며 베드신도 나온다. KBS 김영조 프로듀서는 “미드처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스피드라마’ 방식은 MBC ‘선덕여왕’처럼 사극에서도 적용된다. ‘선덕여왕’은 ‘사극은 느리다’는 편견과 달리 빠르고 복잡한 이야기 전개를 보이고 있다. 수십 명의 배우가 얽히고설켜 매회 새로운 갈등구조를 선보인다.

‘스피드라마’들은 시청률 면에서 기대를 걸게 하고 있다. ‘아이리스’는 20%대 후반, ‘천사의 유혹’은 10%대 초반으로 일단 연착륙에 성공했다. ‘선덕여왕’은 30% 후반에 이른다. 하지만 ‘스피드라마’들이 도입부와 극의 설정에 힘을 쏟은 나머지 극의 긴장이 고조되는 클라이맥스나 대단원에서는 오히려 힘이 빠지는 ‘용두사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는 “드라마 구조에는 균형의 축이 있는데, 도입부에 너무 힘을 쏟은 뒤 줄거리를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하면 후반부 전개를 감당하지 못해 과거 회상 장면만 되풀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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