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 영업부장서 최고 프로듀서로 …‘용감한 형제’의 삶과 음악

  • 입력 2009년 9월 1일 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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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담비 ‘미쳤어’ 브아걸 ‘어쩌다’ 빅뱅 ‘마지막 인사’…

요즘 가요계서 가장 잘나가는 사람, ‘마이더스의 손’

반 소매 아래로 보이는, 왼팔을 휘감고 있는 형형색색 문신. 첫 인상 역시 음악가들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와 달리 다소 험상궂다. 거기에 인사를 나누는 목소리까지 크르릉거리듯 허스키하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많은 히트곡들, 특히 예쁘고 섹시한 여가수들이 부른 ‘미쳤어’ ‘토요일밤에’ (손담비) ‘아’ ‘디바’(애프터스쿨) ‘어쩌다’(브라운아이드걸스) 등의 노래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를 배반하는 터프한 첫 느낌이었다.

“하하. 제가 생각해도 좀 그래요.

저 같은 인상에…. 그런 노래들을….”

대부분의 작곡가들이 그렇듯 용감한 형제(본명 강동철)도 밤과 낮을 거꾸로 살기에, 오후 3시라는 ‘이른 시간’에 인터뷰하는 일이 다소 버거워보였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음악 이야기를 시작하는 그의 얼굴에는 생기 넘치며 따스한 미소가 흘렀다. 용감한 형제는 속된 말로 요즘 가요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프로듀서이다. 이들은 최근 싱글 ‘애티튜드’를 발표했다.

21세에 사이프러스힐의 음악을 듣고 무작정 힙합가수가 되기로 결심한 용감한 형제가

첫 음반을 내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용감한 형제는 “어려서부터 사고뭉치였다”고 한다. 싸움도 많이 하고, 스무 살부터 유흥주점 등의 영업부장으로 일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이었다.

그러다 지인으로부터 건네받은 사이프러스힐의 음악이 그의 인생을 바꾸어 버렸다.

“내 인생에 있어 뭔가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는데, 사이프러스힐은 내게 처음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해줬어요. 무작정 낙원상가를 찾아갔죠.”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 기타·드럼을 취급하는 가게에 들어가 “힙합 음악 만드는 악기(컴퓨터 미디)를 달라”고 할 만큼 음악에 완전 무지했지만, 키보드를 산지 석 달 만에 혼자 곡을 만들었다.

마침 한 케이블 방송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발견하고 카세트 테이프에 데모를 담아 보냈는데 1위로 뽑혔다. 그러나 사이프러스힐처럼 되고 싶었던 그에게 댄스가수는 가당치 않았다. 가수 제안을 뿌리치고 ‘프로듀서를 해보자’는 생각에 2년을 혼자 곡 작업에 매달렸다. 상당한 곡이 만들어진 후 데모 CD를 YG 엔터테인먼트에 보냈다.

이때 데모 CD의 인트로 곡 ‘어느 형제’의 마지막 부분 가사에 등장하는 ‘용감한 형제’를 예명으로 처음 썼다. 그 이름처럼, 한때 형에게 랩 프로듀싱을 맡기면서 짧은 기간 형제 프로듀서로 활동했지만 형은 현재 ‘블랙 소울’이란 이름의 가수로 음반을 준비중이다.

용감한 형제는 YG에 데모 CD를 보낸 지 3일 만에 계약을 맺었다

렉시의 ‘눈물씻고 화장하고’를 시작으로 YG의 거의 모든 가수에게 곡을 줬다. 빅뱅의 ‘마지막 인사’도 그의 작품이며, 마스터 우 앨범은 프로듀서까지 맡았다. 그는 YG를 떠나 독립하면서 그는 프로듀서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손담비 등 여가수들과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곡 의뢰가 들어오면 가수에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뭔지 물어봐요. 자기 색깔 없는 사람이 곡 작업하기 편해요. 자기 세계가 너무 강한 사람과 내 취향이 충돌할 때 작업이 안 되죠. ‘이 사람에게 이런 걸 줘봐야지’라는 생각이 들 때 곡이 잘 나옵니다. 가수가 원하는 곡을 그대로 주면 그건 프로듀서가 아닙니다. 프로듀서는 가수를 만들어야죠.”

용감한 형제의 첫 음반 제목 ‘애티튜트’는 그런 음악적 소신과 고집을 상징한다. 타이틀곡 ‘인비저블’은 묵직한 드럼과 신시사이저가 어우러진 거친 사운드가 깔려 있으며, 바람피우는 연인에게 이별을 고하는 노래다. 록의 요소가 담긴 독특한 힙합이다.

더티 사우스 계열의 ‘브레이브 사운드’는 곡 작업하면서 경험했던 고통이 담겨 있으며, 애티듀트는 신화의 이민우와 포미닛의 현아가 피처링한 R&B 합합이다.

용감한 형제는 이번에는 별도의 방송활동은 하지 않고, 연말 정규앨범을 발표한 후에는 무대에 오르겠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프로듀서가 되고 싶습니다. 소신을 갖고 음악하고 또 트렌드를 이끌면서 우리 음악사에 ‘중심에 있던 사람’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용감한 형제는 프로듀서로 미국 진출을 추진중이다. 이미 몇 곡을 현지로 보냈고,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

“꼭 될 거라 확신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꼭 해보고 싶습니다. 미국 음반에 저의 레이블 ‘브레이브 사운드’가 찍히는 게 목표입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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