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과 전면전…“니들이 고생이 많다”

  • 입력 2009년 8월 20일 08시 15분


개그야·웃찾사 전면 개편…‘개콘’ 탄탄한 구성에 실력 위주 평가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 아니라, 강한 자가 살아남았다?’ 지상파 방송3사의 공개코미디 프로그램. 현재 이중 가장 시청률이 높은 것은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다. 평균 20%%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독주하고 있다. ‘개콘’의 장기 집권이 이어지면서 ‘현재 공개 코미디는 ’개콘‘과 나머지로 양극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 대해 MBC ‘개그야’와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가 최근 전면 개편을 선언하고 도전장을 냈다.

○‘개그콘서트’… “10년 동안 웃기느라 니들이 고생이 많다”

1999년 9월 첫 방송을 시작한 후 공개코미디의 ‘큰 집’ 역할을 톡톡히 하며 10년 동안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요즘 ‘개콘’을 보지 않고는 주위와 대화가 어렵다. 코미디 프로그램을 자주 보지 않는 사람들도 ‘니들이 고생이 많다’, ‘영광인줄 알아 이것들아∼’, ‘참 쉽죠∼잉’ 등의 유행어 등은 안다. 그만큼 우리 가까이에 있다.

‘개콘’이 많은 사랑을 받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방송 관계자들은 우선 5분 안팎의 코너를 위해 일주일 내내 머리를 짜내고, ‘내 아이디어는 네 코너’라는 마음으로 선후배간의 팀웍이 좋은 점,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평가하는 시스템 등을 꼽는다. 코너의 주기가 짧은 것도 한 몫 거든다. ‘봉숭아학당’, ‘달인’, ‘황현희 PD의 소비자고발’ 등이 인기가 높은 장수 코너도 있지만, 시청자가 공감을 하지 못하거나 ‘조금 질린다’싶으면 바로 코너를 교체한다.

또한 가벼운 말장난, 못생긴 외모와 몸개그, 성대모사, 패러디 등을 앞세우더라도 경쟁 프로그램에 비해 그 안에 짜임새 있는 콩트와 연기를 가미해 재미를 배가시킨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 ‘웃찾사’…“환골탈태”

최근 개그맨 박승대는 폭탄선언을 했다. 얼마전 기획 작가로 ‘웃찾사’팀에 컴백한 그는 “11월까지 시청률 12%% 달성하지 못하면 자진 하차 하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2004년 당시 ‘웃찾사’는 시청률 30%%대를 기록하며 ‘개콘’보다 높은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지금은 옛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5%% 안팎의 부진한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결국 SBS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전성기 당시 호흡을 맞춘 심성민 PD와 박승대를 다시 모아 전면개편이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13일 개편을 기점으로 ‘웃찾사’는 누구 말처럼 프로그램 이름만 빼고 출연진, 제작진 등 모두 바꿨다. 심성민 PD는 “5년 전 전성기를 이끌었던 제작진이 다시 뭉친 만큼 이번에도 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며 “박승대는 개그계의 히딩크다. 노련한 조련사이며 후배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 주는데 뛰어나 많은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13일 이후 달라진 ‘웃찾사’에는 코미디 무대로 돌아온 정만호와 윤성한이 만든 만담 코너 ‘뻐꾸기 브라더스’를 비롯해 ‘암소소리’ ‘선도부’ ‘비호왕자’ ‘마이 파더’ ‘New 부조리’ ‘웃기다’ 등 10여 개의 새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환골탈태’한 ‘웃찾사’가 제2의 전성기를 이끌어 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개그야’…“안되면 될 때까지”

김미려의 ‘김기사 운전해∼’, 죄민수의 ‘아무 이유 없어∼’ 이후 이렇다할 유행어도 없고, 히트를 친 코너도 없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8년에는 박준형과 정종철을 영입하며 의욕을 보였지만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올해는 이혁재와 김미려를 투입하고 ‘될 때까지 한다’라는 헝그리 정신으로 나섰다.

이혁재와 김미려의 ‘미실과 선덕여왕’ 코너와 조정린의 ‘스타 팬미팅’ 코너가 만들어졌다. ‘미실과 선덕여왕’은 사극 ‘선덕여왕’을 패러디한 것으로 고현정, 이요원과 엄태웅의 특색을 잘 살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개그야’의 특징은 타사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보다 패러디 코너가 많다는 것. 얼마전 막을 내린 ‘가슴팍도사’를 비롯해 ‘우리도 결혼했어요’, ‘미녀는 외로워’, ‘무완도전’, 등 다수의 코너가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패러디다. ‘다른 프로 인기에 묻어가려 한다’는 비난도 있지만 ‘개그야’측은 친숙한 아이템으로 웃음을 준다는 큰 틀을 계속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유호철 PD는 “시청자들은 같은 코미디라도 패러디물을 더 친숙하게 느낀다. 패러디라는 것이 코미디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재료다. 시청자들에게 빨리 친숙하게 다가가야 하므로 기왕이면 센 약을 처방하는 것”이라며 “자체 창작을 하려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양쪽을 적절한 비중을 둬서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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