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의 귀’ 시청자상담실 풍경

  • 입력 2009년 8월 11일 03시 03분


“장어 무한리필 오보로 피해” 음식점 주인 항의 소동
4년전 방송내용 잘못 흉내내고 제작진에 따지기도

맛집 위치문의 가장 많아
거친 욕설-화풀이 전화도

장어 음식점을 운영하는 홍모 씨는 지난달 KBS에 가게 소개가 나간 뒤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방송 후 가게 위치와 연락처를 소개한 해당 프로그램 홈페이지에서 ‘장어 무한 리필 집’이라고 소개해 이를 보고 찾아온 손님들이 “왜 리필이 안 되느냐”고 항의한 것. 홍 씨는 손님들에게 “1만3000원짜리 장어 한 마리를 주문하면 장어 껍질과 뼈 등으로 만든 반찬을 무한 리필한다는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는 KBS에 항의했고 KBS는 “홈페이지 설명에서 착오가 있었다”며 일주일 만에 사과하고 정정했다.

한모 씨는 최근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한 KBS2 ‘스펀지’ 프로그램을 봤다. 이 프로그램은 물에 빠진 휴대전화를 알코올에 담갔다가 헤어드라이어로 말리면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한 씨는 방송대로 했는데 휴대전화가 작동하지 않는다며 KBS에 사과를 요구했다. 제작진은 “해당 프로그램은 4년 전 방송된 것”이라며 “물에 빠진 휴대전화를 1시간 이내에 건지면 고칠 수 있고 그 이상은 어렵다고 방송에서 밝혔다”며 사과를 거부했다.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 사는 김모 씨는 “최근 KBS2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 촬영 팀이 동네에서 밤늦도록 대낮같이 조명을 밝히고 시끄럽게 떠들었다”고 항의해 제작진의 사과를 받아냈다.

시청자들은 TV의 ‘눈’인 브라운관과 ‘입’인 스피커를 통해 방송을 본다. 하지만 TV에는 ‘귀’도 있다. 바로 방송사들이 시청자 의견을 듣는 시청자 상담실이다.

시청자 상담실로 전화하는 시청자들은 KBS가 하루 평균 1500명, MBC와 SBS는 500∼600명 정도. KBS는 상담원 12명이, MBC와 SBS는 5명이 일한다. 상담원 1명당 하루 100여 건의 의견을 접수하는 셈이다. KBS의 한 상담원은 “숭례문 화재 등 큰 사건, 사고가 나면 전화가 폭주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의견 중 가장 자주 접수되는 내용은 무엇일까. 김소현 MBC 시청자센터 부장은 “방송에서 소개된 맛집의 위치를 묻는 질문이 가장 많아 아예 ARS 자동안내에 가게 정보를 올린다”고 말했다. 또 자신과 정치적 의견이 다른 출연자의 발언에 전화를 걸어 화풀이하는 시청자도 적지 않다. 김영성 KBS 시청자서비스팀 선임팀원은 “거친 욕을 하거나 자신의 주장만 되풀이하는 시청자가 적지 않다”면서 “제작진에게 직접 가는 항의를 상담실이 먼저 받아 감정을 식혀주는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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