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화 "충무로영화제 서울시가 받아야"

  • 입력 2009년 7월 28일 18시 29분


"죄송합니다. 올해도 작년과 비슷해졌습니다."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이덕화(57)가 다음달 24일 제3회 충무로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생각만큼 행사를 크게 키우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덕화는 28일 본보 기자와 만나 "욕심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세계적인 영화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으나 영화제 준비라는 게 정말 만만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영화제는 정동일 중구청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됐지만 충무로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서울시가 넘겨받는 게 옳다고 생각해 서울시에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사정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서울시가 막판에 결정을 바꿔 다시 영화제가 '구청 행사'가 된 게 안타깝다"는 게 이덕화의 얘기.

배우들이 의사결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기획사 체제로 관리 받고 있다는 점도 영화제 준비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이었다.

"배우를 만나 설득해도 그게 끝이 아닙니다. 기획사 대표들과도 대화를 해야 하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어요."

"행사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아쉽다"고는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덕화 특유의 '겸손' 화법(話法).

9월 1일까지 계속되는 올해 중무로 영화제에는 대한극장 명동CGV 충무아트홀 등 충무로 일대의 모든 영화관이 스크린을 내줬다. 개막식은 세종문화회관, 폐막식은 국립극장에서 열리며 명동일대 극장에서는 행사기간 동안 40개국에서 출품한 영화 214편이 상영된다.

1회 32개국 144편, 2회 40개국 173편에 비하면 눈부신 성장이다.

하지만 이덕화는 외적인 성장보다는 "영화인들이 다시 충무로에서 하나 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제가 이 일을 그만두더라도 꼭 연기자가 집행위원장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연기자의 손으로 충무로를 세계적인 명소로 부활시켜 명동에서 바로 청계천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관광객들을 다시 충무로로 불러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영화사들이 서울 강남 등지로 많이 흩어졌지만 '충무로'라는 브랜드만큼은 영화인의 자존심을 걸로 지켜야 한다는 것.

이덕화는 "충무로를 되살리는 길은 결국 다시 영화인들이 충무로에서 뭉치는 것"이라며 "국민들뿐 아니라 영화인들도 충무로영화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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