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렁큰 타이거 “아빠가 된 후…저, 철들었어요”

  • 입력 2009년 7월 13일 07시 39분


“아버지가 되면서 책임감이 생겼고 그래서 무섭다는 생각도 듭니다. 음악을 할 때는 철없는 사람이 될지언정….”

최근 2년 만에 발표한 드렁큰타이거 새 앨범 8집 ‘필 굿 뮤직 디 에잇스 원더’의 두툼한 북클릿에는 아내 윤미래를 쏙 빼닮은 ‘늠름한’ 아들 조단(1) 군을 안은 드렁큰타이거의 사진이 두 장 담겨 있다.

드렁큰타이거는 7집과 8집 사이에 아버지가 됐다. 아버지가 된 후 드렁큰타이거는 “책임감이 생기고, 행동도 많이 온순해졌다”고 했다. 자신의 잘못으로 “가족이 욕먹는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드렁큰타이거에게 ‘아버지’의 의미는 이렇게 남다르다.

‘아버지’는 8집 앨범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8집의 모태가 된 곡은 ‘축하해’. 아내 윤미래가 산통을 시작해 출산하기까지, 아들이 태어나려는 27시간의 진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들었던 상념들이 바탕이 됐다. 이 곡엔 특히 아들 조단이 울음소리와 웃음소리가 담겼다.

‘행복해’를 시작으로 가족의 행복을 담은 ‘매직’이 탄생했고, 모두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메시지를 담은 ‘필 굿 뮤직’이 나왔다. 원래 8집은 이렇게 밝은 노래를 담은 EP정도였다. 작업할 땐 힘들었지만, 곡 작업이 순조로웠고 마침내 한 장의 음반이 완성됐다.

그런데 자신에게 새 삶을 얻는데 큰 도움을 준 절친한 가수 앤의 아버지가 암으로 사망하는 것을 보면서 ‘좋은 사람에게 왜 나쁜 일이 일어날까’ 의문을 갖고 ‘퀘스천’이란 노래를 만들었다.

이 무렵, 뉴스에서 무섭고 안타깝고 슬픈 일들을 보면서 ‘욕하고, 화내고, 나빠지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그래서 밝고 화사한 느낌의 1장짜리로 나올 8집은 그렇게, 거친 사운드와 까칠한 가사의 곡들을 따로 모은 1장을 더해 2장 27트랙의 ‘대작’으로 탄생됐다.

드렁큰타이거의 두 가지 음악적 인격이 공존하는 8집은 말랑한 음반은 ‘필 굿 사이드’, 까칠한 음반은 ‘필 후드 사이드’로 이름 지었다. 트랙 수 27개는 윤미래의 진통시간과 공교롭게 같다.

“‘필 굿 사이드’ 완성 후 뭔가 허전했고 다 끝난 것 같지 않았어요. 내가 옛날에 하던 음악을 더 해보자 생각하면서 결국 두 장이 됐고, 그때서야 비로소 완성된 앨범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2CD로 구성된 앨범은 작으면 1-2곡, 많아야 3-4곡을 담은 싱글이 대세인 현 음반시장의 흐름과는 반대되는 구성이다.

“팬들과 ‘이런저런 음악을 해보겠다’ 약속을 많이 했어요. 그들에게 보답하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고, 2년이나 쉬었는데 달랑 싱글 하나 내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죠. 또 이런 형태의 앨범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소장가치가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마치 책을 사서 읽은 후 책꽂이에 간직하듯….”

워낙 트랙 수가 많다 보니 이번 앨범에는 피처링 참여자가 20여 명에 이른다. 라킴, 다일레이티드 피플의 라카, 스타일리스틱 존스, 세프 코베인 등 미국 힙합 스타들과 일본 힙합의 대표주자 지브라, 한국의 대표적인 힙합집단 ‘무브먼트’ 등 유명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아들 조단은 TV에서 노래가 나오면 박수를 치고 춤을 추며 좋아한다고 한다. 드렁큰타이거는 “아이가 대중문화를 즐기는 것은 좋지만, 직업으로는 시키지 않을”것이라고 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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