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유-추태로 덜컹대는 ‘세바퀴’

  • 입력 2009년 5월 22일 02시 56분


출연자 구박-게스트 신체접촉 지나쳐 눈살

매주 토요일 오후 9시 45분 방영하는 MBC ‘세상을 바꾸는 퀴즈(세바퀴·사진)’는 요즘 예능프로그램 가운데 흔치 않은 ‘여성 주도형’ 오락물이다. 결혼한 중년 여성 연예인이 주축이 돼 생활과 밀착된 수다로 시청자에게 웃음을 준다. 최근 지상파 TV들이 남성 집단 MC 체제의 리얼 버라이어티나 10, 20대 연예인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다르다.

내숭 없는 ‘아줌마’의 힘은 시청률에서도 나타난다. 4월 일요일 오후 ‘일밤’의 한 코너로 시작했다가 단독 프로그램으로 토요일 밤에 편성돼 13∼15%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세바퀴는 중년 여성의 솔직함과 당당함을 보여주던 초기와 달라졌다. 점점 ‘전형적인’ 중년 여성 비하로 웃음 코드가 바뀌고 있다. 여성 어른이 삶의 지혜를 유머 있게 전하는 게 아니라 성적 농담이나 수준 낮은 개그가 잦아지고 있다.

특히 매회 거의 반복 등장하는 포맷인 ‘젊은 남성에게 열광하기’는 웃고 넘어갈 수준을 넘어섰다. 16일 선우용여는 ‘꽃보다 남자’에서 F4로 나온 김준과 손을 잡고 머리를 맞댔다. 잘생긴 남성 게스트가 나올 때마다 남성의 물병을 가지려 싸우고, 조금이라도 신체 접촉을 하려 애쓰는 모양새는 볼썽사납다.

상황을 바꿔보자. 중년 남성들이 젊은 여성 게스트를 두고 이런 행동을 한다면 ‘성희롱’ 지적과 함께 폐지 여론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세바퀴’의 ‘성차별’은 웃음 코드로 활용된다.

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매력이었던 ‘포용’도 옅어졌다. 초기 세바퀴는 농담을 할지언정 어떤 출연자든 보듬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이 독설이나 야유를 웃음 코드로 삼는 것과 사뭇 달랐다. 하지만 최근엔 김현철이나 임예진 등을 구박하는 대상으로 삼아 웃음을 만들려고 한다. 방송에 부적합한 표현도 눈에 띈다. 윗옷을 뜻하는 비속어 ‘웃짱’이나 국어 표기에도 맞지 않는 ‘놨둬’(‘내버려 둬’를 뜻함) 등이 자주 등장한다. “왜 이딴 식으로 전화해” 같은 말도 언어 순화를 위해서도 걸러줘야 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