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발라드 포기…10집으로 컴백한 ‘발라드 황제’ 이승철

  • 입력 2009년 5월 9일 07시 51분


44세 팔팔한 도전장…록으로 ‘부활’ 선언!

이승철은 자신의 새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역발상’이란 말을 자주 사용했다. 불황이어서 오히려 더 많이 제작비를 투자해 앨범을 제작하고, 이른바 ‘대박 발라드’를 포기하고, 록 넘버에 보사노바, 레게를 수록했다면서 그는 “역발상”이라 했다.

10집 ‘뮤토피아’를 발표한 이승철을 서울 이촌동의 한 와인바에서 7일 만났다. 2007년 10월 9집을 발표하면서 “CD는 죽고 가수는 멸종하고 말 것이다.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는 앨범”이라고 했던 이승철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역대 최고로 해보자”고 다시 생각했다.

“20년 이상 된 가수들은 음반시장이 아무리 불황이어도 앨범의 질은 떨어뜨리지 말자”는 생각에 제작비에만 4억 원 이상을 투입했다.

경남 창녕 우포늪에서 촬영한 재킷 사진은 조선희 작가와 함께 했고, 화가 박선일과 현대무용가 박준희는 뮤직비디오에 참여해 예술성도 높였다.

“자꾸 쪼그라들면 소비자는 더 실망해요. 이제는 디지털 싱글이 나와도 5000만원 짜리가 나와야 해요. 이런 식으로 가면 음악은 더 인스턴트가 되고 말아요.”

타이틀곡 ‘손톱이 빠져서’는 ‘긴 하루’로 호흡을 맞췄던 작곡가 전해성의 작품으로 브리티시 록 스타일이다. 솔로데뷔 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록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워 ‘록의 귀환’을 선언했다.

이승철은 이미 ‘듣고 있나요’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등 드라마와 영화 OST로 잇단 히트를 기록했던 터라, 비슷한 발라드가 기대됐지만 그는 과감하게 록을 선택했다. 흥행이 보장된 발라드를 포기한 것 또한 그가 주장하는 역발상에서 비롯됐다.

“‘소리쳐’ 같은 대중적인 발라드나 지금 나와도 흥행할 수 있는 노래는 다 빼버렸어요. 이번 앨범은 올드 팬과 새로운 팬을 위해 록을 타이틀곡으로 했고, 보사노바, 레게를 처음으로 시도했어요. 가수는 목소리를 바꿀 순 없어요. 난 옷을 자주 바꿔 입죠. 장르의 다변화가 제 롱런의 비결이 아닐까요.”

이승철은 ‘뮤토피아’를 음악부터 모든 면에서 자신의 음악 사상 역대 최고의 작품이 나온 듯하다고 자신했다.

특히 이번 앨범 전곡은 밴드 멤버들이 만들고 연주해 더욱 의미가 크다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자신이 프로듀서로 참여해 하고 싶은 음악을 고른 전작들과 달리 이번에는 자신의 밴드 ‘황제’의 리더인 최원혁에게 전곡 프로듀싱을 맡기고 노래만 불렀다. ‘새로운 음악’을 위해 자신의 음악적 견해를 배제시키고자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이승철은 “결혼하고 아이를 얻은 후 이제야 노래를 알게 됐고, 또 노래를 어떻게 불러야 되는지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내 나이 올해로 마흔 넷. 난 참 행복한 가수다. 내 가수 인생은 이제 다시 시작”이라며 붉은 포도주가 담긴 잔을 높이 들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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