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T로 보는 개봉작 ‘우리집에 왜왔니’ 물오른 주연 연기

  • 입력 2009년 4월 9일 07시 29분


물먹인 결말 공개

병희(박희순)는 완벽한 인생을 살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는 아이를 임신했고, 직장에서는 승진을 앞두고 있다.

투자한 주식은 매일 상한가다. 하지만 단 하루 만에 행복은 불행으로 바뀐다. 아내와 아이는 죽고, 병희는 그 슬픔과 죄책감에 회사를 그만둔다. 3년 동안 한 일은 수십 번의 자살기도.

하지만 죽는 것 마저 쉽지 않다. 목숨이 끊어지기 직전 한 여자가 “다녀왔습니다”고 외치며 들이닥쳤다.

노숙자로 보이는 그녀 수강(강혜정)은 병희를 감금하고 집을 점령한다. 그리고 매일 창 밖으로 이웃집을 관찰한다. 이웃에 사는 첫사랑을 지켜보기 위해 병희의 집을 선택한 여자.

몇 달을 안 씻었는지 역겨운 냄새가 고통스럽지만 병희는 점차 그녀를 통해 잃어버렸던 웃음을 찾는다.

감독 : 황수아

주연 : 박희순, 강혜정

등급 : 15세 관람가

○STRENGTH(강점)-한정된 공간 속 긴장감 있는 전개

박희순은 정말 물이 올랐다. ‘세븐데이즈’, ‘작전’에 이어 그는 배꼽을 잡게 하는 웃음부터 깊은 몰입까지 관객들의 마음을 쥐었다 폈다 자유자재다. 강혜정도 슬럼프를 완전히 이겨낸 모습이다.

‘미친년’이라고 놀림받는 여고생부터 홀로 세상을 버티어내며 밑바닥까지 추락한 역경까지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

영화는 이야기의 절반 이상이 집안이라는 한정된 공간, 또 다른 절반 가까이 박희순, 강혜정 두 주인공이 주고받는 대화로 구성됐다. 하지만 조금도 지루하지 않고 액션영화 이상 긴장감까지 넘친다. 신인감독의 첫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구성 능력도 빛났다.

○WEAKNESS(약점)-슬픈결말 초반 공개… 반전 떨어져

풍성한 스토리에 대한 자신감일까? ‘우리집에 왜왔니’는 영화 첫 장면부터 슬픈 결말을 공개하고 시작한다. 물론 영화 맨 마지막 그 슬픔이 남긴 새로운 희망과 의미가 더 크다. 하지만 더 애잔한 로맨스가 기대됐을 수도 있는 중반부 재미가 크기 때문일까? 히든카드를 처음부터 공개한 건 살짝 아깝다.

○OPPORTUNITY(기회)-전혀 다른 두 이야기 충돌없이 펼쳐져

‘우리집에 왜왔니’는 플래시백(영화 속 과거의 이야기)의 비중이 크고 그 의미도 깊다. 플래시백에 또 다시 플래시백이 이어지는 독특한 구성이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슬픈 과거 때문에 사랑에 집착하는 수강의 이야기.

추악한 인간 내면에 괴로워하는 병희의 지난날 등 영화 속에는 전혀 다른 두 가지 이야기가 조금의 충돌도 없이 펼쳐진다. 자칫 복잡하고 어지러울 수 있는 영화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그려낸 황수아 감독이 앞으로 어떤 작품 세계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THREAT(위협)-강혜정 ‘돌+아이?’ 캐릭터, 흥행 극과 극

강혜정의 필모그래프는 ‘올드보이’, ‘연애의 목적’ 등 화려하다. 그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만난 영화 ‘웰컴 투 동막골’과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기대 이하였던 ‘허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강혜정이 정신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우리집에 왜왔니’에서도 강혜정의 수강은 조금 ‘모자란’ 듯 보인다. “나 마이 아파”로 800만명을 웃긴 ‘웰컴 투 동막골’ 여일의 연기가 너무 완벽했기 때문일까? 아주 조금 ‘모자란’ 수강을 입은 강혜정은 친숙하고 편하지만 새롭지는 않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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