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일지매’ 정일우 “연기 일취월장? 꾸지람이 키웠죠”

  • 입력 2009년 2월 17일 07시 24분


미래형 혹은 과거형보다 매력적인 건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성장하는 배우의 현재를 가까이서 관찰하는 일은 꽤 흥미롭다.

연기자 정일우(22)는 하루 하루 보여주는 모습이 다른 ‘현재진행형 스타’의 대표 주자다. 시청자들은 요즘 정일우에게서 매번 눈에 띠게 달라지는 모습을 확인하고 있다.

바로 MBC 수목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극본 김광식·연출 황인뢰)를 통해서다. 시청률이란 단순한 수치를 떠나 연기자 정일우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면 그는 불과 1년 여 만에 몰라보게 달라졌다.

정일우는 2008년 8월부터 의적 일지매로 살고 있다. 벌써 7개월째다. 그동안 그는 와이어에 몸을 묶은 채 지붕 위를 날았고 인술과 같은 고난도 무술을 익혔다.

정일우는 “데뷔 이후 남에게 보여주는데만 신경을 써 연기가 겉돌았는데 이제는 조금씩 속에서 뭉클한 게 나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 스스로 서서히 ‘연기의 맛’을 알게 되고 있는 과정이다.

○“이렇게 연기하면 우린 망한다” 황인뢰PD의 호된 질책 밑거름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스타덤에 오른 정일우가 ‘돌아온 일지매’를 만난 건 행운이라기보다 계산된 고집이었다.

“또 다시 민호(‘거침없이 하이킥’의 배역)가 될 순 없잖아요. 제 자신이 워낙 반복하는 걸 싫어해요. 색깔이 다른 역을 많이 할수록 앞으로 할 배역의 범위도 늘지 않을까 생각했죠.”

물론 처음 나설 때는 이런 말을 꺼낼 여유가 없었다. 연출자 황인뢰 PD로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심지어 황 PD로부터 “이렇게 연기하면 너와 나는 망한다”는 질책까지 들었다.

“혼나는 데 이골이 났죠(웃음). 제 문제에 대한 꾸지람이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죠. 연기가 되지 않으면 제가 먼저 답답하니까 감독님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해결이 안돼요.”

정일우는 황인뢰 PD의 히트작 ‘궁’에 출연했던 주지훈이 “혼나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에 촬영 도중 7번이나 가위에 눌렸다”고 말한 일화를 소개하고 “완전 공감한다”며 웃었다.

다행히 최근에는 야단맞는 횟수가 줄었다. 대신 황PD는 매끄러운 멜로 연기를 새로 주문했다. 드라마에서 정일우는 한·중·일 3국의 여자들과 숱한 연분을 뿌린다. 어찌된 영문인지 극중 여자들은 일지매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지만, 이 때마다 일지매는 뒤 돌아보지 않고 떠난다.

정일우는 일지매의 이런 애정관에 대해 “전형적인 나쁜 남자”라며 “실제로는 가는 여자는 안 붙잡고 오는 여자는 가려서 막는 편”이라고 재치있게 말했다. 2년 전 연인과 결별한 그는 현재 솔로다.

한 회 걸러 한 번씩 등장하는 애정신은 ‘돌아온 일지매’의 이색 볼거리. 특히 정일우가 소화하는 애정신의 대부분은 대본에 없는, 황인뢰 PD가 촬영 도중 즉석에서 떠올린 아이디어로 이뤄진다. 정일우는 “마음의 준비도 없이 멜로 장면을 찍으려면 얼마나 민망한지 모를 것”이라며 멋쩍어했다.

○ 다음 작품은 반드시 현대물, “조금 풀어지고 싶다”

김민종, 박철민, 강남길까지 함께 촬영하는 연기자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 현장에서 어울릴 친구가 없는 건 유일한 아쉬움이다.

“‘거침없이 하이킥’ 때는 아무리 바빠도 김범, 김혜성처럼 또래들과 모여 놀았는데 요즘은 좀 외롭다”는 그는 “역할도 진지해 무언가에 갇혀있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고도 털어놓았다.

“연기자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단련이 돼야 한다는 걸 깨닫고 있어요. 웃는 모습까지 버려야 해서 답답할 때도 있죠. 하지만 지금과 같은 뚝심만 있다면 어떤 역할도 무섭지 않아요. 다만 다음 작품은 반드시 현대극을 할 거예요. 좀 풀어지고 싶거든요.(웃음)”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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