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순으로 풀어본 2008 공연계…가수, 무비컬 무대가 풍성했네

  • 입력 2008년 12월 26일 07시 52분


2008년 연극·뮤지컬 등 공연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공연 붐이 일면서, 소설·드라마·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재가공 작품과 외국의 라이선스 작품 등이 골고루 풍성하게 쏟아졌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관객을 끌기 위해 자구책을 벌인 결과, 내용은 어느 때보다 풍성했다. ‘열풍’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폭발적 인기를 끈 작품은 드물었지만, 꾸준히 새 작품이 관객을 찾았다.

유명 연예인들이 여느 때보다 대거 연극과 뮤지컬 무대로 외출했던 해이기도 하다.

한 해를 돌아보는 이때, ‘가나다라마바사∼’ 우리말로 풀어보는 2008 공연계 이슈들을 정리했다.

ㄱ. 가수들의 뮤지컬 진출

가수들이 대거 뮤지컬 무대로 옮겨왔다.

90년대 “모두 잠든 후에∼”를 외치며 여심(女心)을 뒤흔들었던 가수 김원준은 뮤지컬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왕년 스타’ 최곤을 연기했다.

겨울이면 항상 들을 수 있는 ‘하얀 겨울’을 부른 그룹 ‘미스터 투’의 멤버 선우는 상반기 히트 뮤지컬 ‘컴퍼니’에 출연했고, 지금은 ‘록키호러픽쳐쇼’에 출연 중이다.

가수 박지윤은 치명적인 매력의 여성 ‘클레오파트라’ 주연을 맡았다.

옥주현은 ‘시카고’, ‘캣츠’ 등으로 이미 배우의 입지를 다져갔고, 바다도 ‘미녀는 괴로워’에서 열연 중이다. SG 워너비의 김용진은 뮤지컬 ‘젊음의 행진’에 출연하고 있고, 가수 소냐도 흥행불패작 ‘지킬앤하이드’의 여주인공을 맡고 있다. 가수 신해철도 ‘마리아마리아’로 뮤지컬에 첫 데뷔했다.

ㄴ. 나도 이젠 연출가! 배우의 연출가 도전

일본 팬들에게 ‘욘사마’가 있다면 한국뮤지컬 팬들에게는 ‘만짱’이 있다. 만짱은 오만석 팬들이 부르는 그의 애칭이다.

윤은혜와 함께 출연했던 드라마 ‘포도밭 그 사나이’(2006)로 TV에 얼굴을 비치기 전부터, 대학로에서 내로라하는 연극·뮤지컬 배우였다.

오만석은 2008년 상반기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주연으로 뮤지컬로 돌아왔고, 작품 흥행에 성공했다. 직접 연출까지 한다는 소식에 팬들은 바짝 가슴을 졸였다. 그가 연출자로 나선 뮤지컬 ‘즐거운 인생’은 뚜껑이 열리자 호불호가 극과 극으로 갈렸다. 일단 시작이다.

다음 작품을 기대할 수밖에… 충무 아트홀에서 한창 공연 중이다.

ㄷ. 다시 떠나는 추억 여행

복고에 대한 향수는 무대 위에서도 계속됐다. 40대 이상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불러들인 뮤지컬 ‘진짜진짜 좋아해’는 중년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마치 관광버스를 탄 게 아닌가 할 정도로, 공연이 끝나는 커튼콜 때 박수치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열띤 중년 관객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혜은이의 ‘진짜진짜 좋아해’, 건아들의 ‘젊은 미소’, 조용필의 ‘못찾겠다 꾀꼬리’ 등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내년 1월 8일부터 앙코르 공연에 들어간다. 박해미, 박상면 등 주연배우 외에 뮤지컬전문배우 김법래, 민영기, 김선경 등이 주연으로 합류한다.

ㄹ. 라디오를 켜 봐요, 추억의 그 노래

MBC 예능프로 ‘라디오스타’를 버금가는 라디오의 추억을 부르는 가요 중심의 ‘주크박스’ 뮤지컬이 2008년 대거 인기를 끌었다.

쉽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비디오 킬 더 라디오 스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라디오를 틀어놓은 양 여러 추억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각종 갈라 콘서트를 비롯해, 뮤지컬 ‘여보, 고마워’, ‘온에어’, ‘달고나’, ‘돌아온 고교 얄개’ 등 추억의 가요들이 연극과 뮤지컬의 중심 장치로 쓰였다.

ㅁ. 마음은 아직 청춘, 노년들 이야기 인기

2008년 공연계에서는 고령화 사회에 걸맞게 노인들을 다룬 이야기들이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 ‘그대를 사랑합니다’, 뮤지컬 ‘19 그리고 80’, ‘러브’ 등 이들 작품은 소재의 폭을 넓히며 나이와 상관없이 젊은 관객들에게도 관심을 얻었다. 특히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연출가 위성신은 ‘늙은 부부 이야기’, ‘염쟁이 유 씨’ 등 노인이 등장하는 작품에서 연이어 사랑을 받으면서, 노년을 잘 다루는 연출가로 인정받았다.

ㅂ. 바로 올해가 연극 100주년!

1908년 이인직의 ‘은세계’가 시작된 지 100년! ‘남사당의 하늘’, ‘인간의 시간’ 등 100주년 기념작들이 풍성하게 쏟아졌다.

과거의 작품을 복원하는 한편, 근대에 상상력을 결합한 작품도 뒤를 이었다. 연극 ‘우리 깃쁜 젊은 날’, ‘18대 1’, 기획 콘서트 ‘천변풍경’ 등 시대배경이 일제시대인 공연이 많았다.

근대라는 공간에 상상력의 칼날을 들이민 재기발랄한 작품들이 유난히 두두러진 한해였다.

ㅅ. 사기 충전, 군인 뮤지컬

2008년에는 이곳저곳 뮤지컬 바람이 불었는데, 급기야 군인뮤지컬까지 등장했다. 건군 60주년 기념뮤지컬 ‘마인’은 소재의 계몽성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재밌다”는 입소문을 타며 흥행에 성공해, 내년 앙코르 공연이 계획돼 있다.

주인공은 2008년 군에 입대 했던 가수 겸 배우 강타와 양동근이다. 군인들의 규칙적인 뮤지컬 연습량과 딱딱 들어맞는 통일된 동작이 뮤지컬 공연과 딱 들어맞았다는 평이다.

ㅇ. 아이들 스타들의 영입

빅뱅, 슈퍼주니어, SS501 등 국내에서 최고 인기를 끈 아이들 그룹들의 멤버들이 뮤지컬 무대에 뛰어들었다. 아이들 스타를 눈앞에서 바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여학생들이 공연장에 대거 몰리면서 진풍경이 연출되고 말았다.

오빠 부대는 방송 녹화 현장에서 뮤지컬 무대로 넘어왔다.

뮤지컬 ‘소나기’에서는 빅뱅의 승리가 , ‘캣츠’에는 대성이 출연했다.

슈퍼주니어 김희철과 강인은 SM 뮤지컬 ‘제너두’에, 클릭비의 오종혁은 ‘온에어시즌2’에, SS501의 박정민은 ‘그리스’에 등장해 여학생 팬을 사로잡았다.

ㅈ. 자지러지며 웃는 관객들, 왜 ? 멀티맨?

1인 다역을 맡은 배우를 ‘멀티맨’이라고 부르는데, 관객들 중에서는 멀티맨이 좋아서 공연 보러 가는 팬들도 많다.

1인 다역은 뮤지컬, 연극의 감초로 관객들을 자지러지게 웃게 만드는 결정적인 웃음 포인트다.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동일 인물이 불쑥 다른 복장으로 갈아입고 연기를 펼치면, 관객들은 어리둥절해하다가 폭소를 터트린다.

뮤지컬 ‘한 밤의 세레나데’에서는 한 명이 음반사장, 순대국집 사장, 순대국집 손님 등 비중 있는 조연을 모조리 한다. 연극 ‘엄마열전’에서도 각 장면에서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은 모두 한 명의 배우가 소화한다.

1인 원맨쇼를 보듯, 연극 안에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다.

ㅊ. 차별화에 나선 공연장

극장만 공연장은 아니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밖으로도 나갔다. 고궁이나 지하철 역사 등이 모두 무대다. 고궁 뮤지컬 ‘대장금’은 경희궁의 예스러운 분위기와 퓨전 사극의 분위기가 섞여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뮤지컬 갈라 콘서트는 서울 청계천에서도, 서울 메트로에서도 수시로 공연이 열린다. 문화 행사 일정만 잘 체크해도, 무료로 즐기는 야외 공연이 많다.

ㅋ. 카메라 필름을 뮤지컬로∼ 무비컬 열풍

올 한 해는 영화의 ‘무비’와 뮤지컬의 ‘컬’을 합친 신조어 ‘무비컬’이 대세였다. 하반기 흥행작인 ‘미녀는 괴로워’를 비롯해, ‘라디오 스타’, ‘색즉시공’, ‘내 마음의 풍금’, ‘싱글즈’ 등 한때 흥행 전력을 지닌 한국영화들이 쏙쏙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한편 ‘대장금’, ‘안녕, 프란체스카’ 등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드라컬’도 만들어졌다. 내년에는 김영하의 소설 ‘퀴즈쇼’와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 등도 뮤지컬화 된다.

ㅌ. 타타타 리듬을 타요

올해 공연계는 장단을 타는 ‘타악’ 리듬을 결합한 타악 퍼포먼스도 다양한 방식으로 관람객에게 선을 보였다.

여성 드러머들이 등장하는 ‘드럼캣’이나 한국의 관광상품인 ‘난타’ 도 꾸준히 관객을 끌었다. 타악기 연주에 판소리, 비보잉 등이 두루 결합된 동서양 크로스오버 공연들도 봇물을 이룬 한해였다.

ㅍ. 파격, 대중화에 뛰어든 연극열전

배우 조재현이 프로그래머로 참여했던 ‘연극열전2’는 연극이 어렵다거나 특정한 사람만 볼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연극의 대중화에 성공했다. 일생 동안 한 번도 연극을 보지 않은 사람조차 공연장으로 발길을 끌었다.

일단은 한채영, 황정민, 나문희, 고수 등 스타 캐스팅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연극에 첫 발을 디딘 사람들이 다른 연극 감상에 길들여질 수 있는 교각 역할을 했다.

ㅎ. 하고 또 하고 아직도 진행 중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2008년 마지막 날 4000회를 넘기게 된다. 무려 15년 동안이나 공연됐다.

지하철 1호선 안을 배경으로, 조선족, 상인, 기독교 신자, 보험외판원, 고시생 등 여러 인간 군상을 작품 안에 담아 감동을 끌어냈다.

내년에는 21세기 판 새로운 내용으로 업그레이드된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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