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란 아나운서 “앵커 마이크 놓으니 시원섭섭”(인터뷰①)

  • 입력 2008년 12월 26일 07시 37분


“앵커 자리 내려오니 시원섭섭해요.”

최근 개편을 맞아 2년간 잡던 앵커 마이크를 놓고 내려온 김경란 KBS 아나운서는 뉴스를 진행할 때는 볼 수 없던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녀가 말한 ‘시원섭섭’의 ‘시원’은 막중한 자리를 내려온 홀가분함이고, ‘섭섭’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다.

9시 뉴스 앵커에서 데일리 심야 뉴스 프로그램 ‘시사360’(이하 ‘360’)의 여성 진행자로 변신한 김 아나운서는 스타일부터 달라져 있었다. 한눈에도 작은 빨간 귀걸이와 약간의 색조화장이 들어왔다.

그녀는 “인터뷰 촬영을 위한 모습이기도 하지만 ‘360’ 팀에서 스타일리시한 분위기를 요구해 변화를 준 것은 맞다. 여성 단독 진행자로 파격적이어도 좋으니 정형화된 뉴스 이미지에서 벗어나길 원했다”고 말했다.

그녀 스스로도 앵커로서 가둬뒀던 정형성을 조금씩 풀어내고 있다.

“간판 뉴스의 앵커는 사생활도 조심해야 하는 자리다. 무심코 어울리는 술자리, 운전할 때 화나게 만드는 운전자, 뜻밖의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참아야 한다.

방송사의 메인 뉴스라는 상징성 때문에 옷차림과 작은 액세서리 하나도 조심스럽다. 이제는 조금 자유로워졌다. 미뤄두었던 나를 다시 꺼내는 느낌이다.”

그녀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것은 개편 직후 방송한 KBS2 ‘1대100’에 나와 퀴즈를 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다. 2년 만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앵커를 그만두니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와서 행복했다”며 웃었다.

김경란은 뉴스와 예능프로그램을 동시에 잘 소화하는 대표적인 아나운서로 꼽힌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힘들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뉴스라인’과 ‘쇼 파워비디오’를 진행하는 날 구별하지 못했다. 신입시절이었기에 ‘뉴스라인’ 팀에서는 ‘아줌마처럼 파마하라’고 요구했지만 말이다. 분위기에 맞게 스스로를 변화시킬 줄 아는 힘은 필요한 것 같다. 배우들이 다양한 삶을 대리 경험하는 재미라는데, 아나운서도 다채로운 방송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행복한 직업이다.”

9시 뉴스에서 ‘360’으로 자리를 바꾼 뒤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생활 패턴이다. 앵커 출퇴근은 오후 2시에서 밤 10시지만 요즘엔 저녁 6시에 나와 새벽 2시에 퇴근한다.

앵커의 중압감에서는 벗어났지만 일반인과 반대의 시간대를 살고 있어서 육체적으로는 더 고달프다.

“내가 출근하면 사람들은 퇴근한다. 사람들과 밥 한번 먹기도 힘들다. 그래도 오전 시간은 새로 생긴 여유다. 지금까지 못 읽은 책들을 읽고 있는데 요리를 배워볼까 생각중이다. 이렇게 지내다 연애도 못하고 나이만 먹는 게 아닐까 문득 걱정될 때도 있다.(웃음)”

2001년 입사한 이후 8년차가 되는 그녀의 향후 계획은 무엇일까.

“예전엔 여자 아나운서들의 수명이 짧았지만 이미 유부녀 앵커 시대가 열렸다. 다양한 매체로 뉴스를 접하는 시청자들은 보이는 외모 뿐 아니라 내적인 경험치를 잘 아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내면을 더 채우기 위해 정신 차려야 할 때다.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논스톱으로 달려온 나에게 충전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한다. 지금 당장은 방송을 할 수 있는 기회와 상황에 감사하고 있다.”

이유나 기자 lyn@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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