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로 돌아온 가수 원·준·희… 사랑은 여전히 유리같았다

  • 입력 2008년 10월 16일 07시 45분


21세 절정서 깜짝 결혼, 은퇴 그리고 18년만에 리턴…

작은 루이뷔통 손지갑을 가볍게 쥔 채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원준희는 예뻤다. 반짝이는 재질의 타이트한 검은색 정장을 입은 그녀의 다리는 길고 가늘었다.

“감기로 잠을 설쳤다”며 선글라스는 벗은 눈가에 살짝 ‘세월’이 묻어 있었지만, 18년 전 ‘사랑은 유리같은 것’을 차분히 부르던 모습 그대로였다. 인사를 나누고 인터뷰를 위해 뒤돌아선 그녀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앞서 걸었다.

“‘컴백’보다는 ‘리턴’이 좋겠어요. 의미도 부드럽고. 원래 가요계에 있어야 할 사람인데….”

최근 18년 만에 새 음반 ‘리턴’을 발표한 원준희는 컴백소감을 이렇게 대답했다. 원래 있어야 자리로 ‘리턴’했을 뿐이라고.

원준희에 대한 가장 큰 궁금증은 역시 갑작스런 결혼이었다. 그녀는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스물 한 살, 어린 나이에 ‘스타’의 자리를 포기하고 결혼해 미국으로 떠났다.

- 21살에 그런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연예생활에 염증을 느꼈나.

“사람들이 너무 알아보니까 생활이 번거로웠고, 그 또래에 누려야하는 행복을 전혀 누리지 못했다. 다른 연예인들과 눈만 마주쳐도 스캔들로 오해하는 상황이 너무 싫었다. 슬럼프가 왔고, 떠나고 싶었다.”

- 당시 신인이었는데, 벌써 그런 걸 느꼈나.

“가수에 앞서 모델 활동을 1년 했다. 3년을 그런 생활을 하고 나니 내 인생에 대한 회의, 직업에 대한 회의가 일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됐다.”

- 남편은 어떻게 만났나.

“데뷔 당시 최호섭과 같은 소속사였는데, 남편이 최호섭 씨 친구였다. 미국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는데, 미국(브로드웨이)에서 꿈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한 생각도 했다.”

- 깜짝 결혼으로 당시 난리가 났을 텐데, 얼마나 계획했나.

“이지연 씨는 생방송 마치고 그날 저녁 미국으로 떠났는데, 그래도 난 한 달 전부터 계획했다.(웃음) 부모님께 편지 한 장 남기고 훌쩍 떠났다.”

- 그렇게 떠난 미국 생활은 어땠나.

“생각과 많이 달랐다. 언어장벽이 컸다. 남편 없으면 난 미아였다. 가수는 할 수 없었고, 뭔가를 해야겠기에 평소 관심 있던 패션사업을 선택했다. LA 유명 디자인 스쿨에 입학했는데 곧 임신이 돼 학업을 중단했다. 그때부터 힘들었다. 내 주위에 아무도 없고, 우울증이 심했다.”

-돌아오고 싶지 않았나.

“30살 때 가수 다시 하려고 한국에 한 번 왔다. 당시 가요계는 H.O.T, 핑클이 한창 인기를 얻을 때였는데, 서른 살 넘은 여자가 긴 공백 끝에 다시 하기가 어려웠다. 주위에서 말렸다. 좌절하고 다시 돌아갔다.”

-지금은 돌아올 환경이 됐다고 판단했나.

“아이들도 이제 좀 컸고, 좋은 노래를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알려진 내 노래는 한 곡(‘사랑은 유리같은 것’)인데,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불리고, 리메이크도 많이 되고, 후배들도 내 얼굴은 모르지만 노래는 알더라”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같은 세대들에게 추억을 주고 싶고, 젊은 세대들에겐 곱게 늙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대중에게 늘 예쁜 모습으로 좋은 노래를 부르는 대중가수가 되고 싶다.”

원준희의 컴백곡은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애벌레’다. 인생에서 절망을 느낄 때, 각오를 다질 때 불렸으면 하는 마음에서 ‘애벌레’를 만들었다. 또한 함께 수록된 ‘거울 앞에서’는 원준희 표 발라드 곡이며, ‘사랑은 유리 같은 것’을 색다른 느낌으로 리바이벌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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