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서 계약 동영상’이 홍보용?

  • 입력 2008년 10월 11일 07시 41분


연예인 사건·투병 사실 보도자료로 뿌려

‘눈길 끌기 위한 이벤트성 사고는 이제 그만.’

9일 오후 신인그룹 히어로가 혈서 계약서를 쓰는 장면이 찍힌 동영상이 UCC사이트를 통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최근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로 흉흉한 상황에서 그룹의 멤버가 옷핀으로 손가락을 여러 차례 찔러 흘러나온 피로 계약서에 지장을 찍는 모습은 섬뜩했다. 10일 히어로 소속사 ND레이몬 엔터테인먼트(이하 ND레이몬)는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혈서계약서 동영상으로 혼란을 야기시켜드려 죄송하다”는 공식사과를 건넸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신인가수를 알리기 위한 홍보 전략이 아니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히어로의 동영상 경우 회사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파일이기 때문에 외부인에 의한 유출이 불가능했다. 소속사도 “내부 관계자의 소행으로 보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ND레이몬 측은 의도적인 유출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절대 홍보 수단으로 이용한 것은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ND레이몬은 이어 “만약 고의로 유출했다면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서 백방으로 뛰지 않았을 것이다. 더 이상 유포가 되지 않도록 노력했고 공식사과문도 오늘에서야 보낼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최근 들어 전에는 외부에 알리기를 꺼리던 연예인의 사고나 투병 사실을 요즘에는 소속사에서 먼저 보도자료로 공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나온 의문이다.

톱 가수들의 잇따른 컴백 속에 설 무대를 찾기 힘든 신인가수들이 이름을 알리기 위해 이슈를 만드는 것을 크게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건·사고까지 홍보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팬을 기만하는 것이고, 결국 가수 이미지만 타격을 입게 된다.

실제로 이런 의혹을 갖게 하는 것은 비단 히어로의 해프닝만이 아니다. 얼마전 태사비애 지애의 소속사는 폐결핵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을 앨범 발표 하루 전에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다. 소속사는 태사비애가 녹음실에서 과로, 스트레스, 영양실조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며 지병인 폐결핵이 악화돼 활동을 잠시 미룬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신인 하늘해의 소속사는 10일 발생한 추돌사고를 소개했다. 하늘해는 8일 오후 6시 30분경 라디오 SUNNY FM의 ‘박세민의 2시의 스케치’ 생방송을 마치고 이동 중에 추돌사고를 당해 허리 부위에 통증을 호소했으며, 9일 오전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인그룹을 매니지먼트하고 있는 한 연예관계자는 “무대 위에서 격렬한 춤을 추다가 멤버가 다치면 이 사실을 알릴까 말까 고민하게 된다”며 “신인들은 특별한 내용이 아니면 이슈화하지 못하지 때문에 사건·사고 기사로 이름을 알리고 싶은 유혹이 있다. 하지만 최근 그런 사례가 늘면서 쏟아질 질타 때문에 마음을 접게 된다”고 밝혔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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