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온라인 마녀사냥’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7시 40분


악순환이다. 악플(악성댓글)은 루머를 낳고, 루머는 또 악플을 만든다. 익명성에 숨어 서로를 헐뜯고 욕하는 잔인한 입방아가 인터넷에서 사그라질 줄 모른다.

톱스타 최진실을 죽음으로 내몬 한 원인으로 악플과 루머가 거론되며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여전히 특정 상대를 향해 무차별적인 언어폭력을 일삼고 있다.

‘최진실 사채 루머’를 퍼트린 용의자 백 모 씨의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유출됐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또 다시 벌어진 것이다.

백 씨의 이름은 물론 사진, 학력이 차례로 공개되면서 관련 글에는 수천개의 악플이 달렸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심지어 ‘고인의 길을 뒤따라 가라’는 악담까지 서슴없이 올랐다. 백 씨의 미니홈피는 그야말로 ‘폭탄’을 맞았다.

고인의 측근들에 따르면 최진실은 죽기 전날 용서를 구하는 백 씨의 전화를 받고 심적인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특히 자신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그녀가 알아내 전화한 것에 무척 언짢았다고 한다.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톱스타를 잃은 대중의 마음이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백 씨가 혐의를 받고 있는 행동은 한편으론 지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원망을 하더라도 지켜야 할 ‘인간성’까지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최진실은 죽음을 택하면서 자신에게 쏟아졌던 악플과 루머에 맞섰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방법이 옳았다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죽음으로 무차별, 무책임하게 번지는 악플을 경계할 수 밖에 없었던 그녀가 남긴 교훈을 우리는 벌써 잊은 것일까.

자신에게 악플로 비난을 쏟아내던 일부 누리꾼들이 이번에는 백 씨를 표적으로 삼은 것에 대해 최진실은 하늘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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