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美고교 총기난사 사건 다룬 ‘인 블룸’

  • 입력 2008년 9월 30일 02시 58분


숨막히는 반전… 우마 서먼 ‘감성연기’ 압권

“한 명만 쏠 거야. 누구를 죽일지 너희가 선택해!”

15명의 학생 및 교사를 난사한 뒤 들이닥친 살인범이자 동급생인 마이클. 평소처럼 화장실에서 수다를 떨고 있던 단짝친구 여고생 다이애나와 모린은 생의 기로에 선다.

영화 ‘인 블룸’은 소설 ‘그녀 눈앞의 삶’이 원작으로 미국 고교 총기난사 사건이 모티브가 된 작품이다. 살인범의 위협에서 홀로 살아남은 다이애나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지만 죄책감을 떨치지 못한다.

영화는 총기 사건이 일어날 무렵의 10대 다이애나(에번 레이철 우드)와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30대의 다이애나(우마 서먼)의 모습을 교차시켜 보여준다. 마약을 하고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즐기는 10대 소녀와 안정된 직장에 모범적인 가정을 꾸려가는 30대 주부의 대비가 흥미롭다.

이 영화의 묘미는 진실에 대한 궁금증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연출력이다. 영화는 이전과는 180도 다른 삶을 살게 된 여성을 보여주면서 사건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다이애나가 어떻게 살아남았고, 왜 저렇게 다른 사람이 된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만든다. 해답은 의외의 방식으로 드러난다.

반전만을 위한 스릴러에 그치지 않고 생물학 수업에서 배운 지식들이 작품의 메시지로 전환되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반항아인 다이애나가 유일하게 열심히 공부하는 과목은 생물. 그는 수업에서 배운 “인간의 72%는 물이다” “심장은 몸에서 가장 튼튼한 근육”이라는 명제를 곱씹는다. 이 명제는 다이애나와 모린의 선택이 드러나는 결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사랑과 양심, 인간성에 대한 사색적인 메시지를 남긴다.

‘펄프 픽션’ ‘가타카’ ‘킬 빌’ 등에서 강렬한 이미지를 보였던 우마 서먼의 절제된 감성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다이애나의 친구 모린 역을 맡은 에바 아무리는 연기파 배우 수전 서랜던의 딸이다. 감독은 데뷔작 ‘모래와 안개의 집’으로 아카데미 3개 부문에 올라 이름을 알린 바딤 페렐만. 18세 이상.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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