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은 사채업자의 ‘봉’…안재환 죽음으로 본 치명적 커넥션

  • 입력 2008년 9월 10일 07시 34분


금융권 대출 안되니 제발로 오고, 유명인이라 돈받아 내기 편하고…연예인 전문 사채업자까지 기승

엄청난 규모의 사채가 연기자 안재환의 죽음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연예인과 사채의 관계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많은 주목을 받는 화려한 직업이란 점에서 일반인이 보기에 연예인이 사채를 동원한다는 점은 의아함을 제기할 수 있는 대목. 하지만 현실을 파헤쳐보면 연예인이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는 월급 생활자보다 어려운 일이다. 연예인이란 직업군 전체가 신용등급이 매우 낮아 제1,2 금융권에서는 신용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시중은행에서 대출 업무를 맡은 고위 인사는 9일 “대중적 인기와 상관없이 연예인은 담보 제공 대출이 아닌 신용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수입이 일정치 않고 채권 회수와 관련된 문제 발생시 연락이 쉽게 닿질 않아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인사는 상당수 은행이 보유하고 있고 대출의 척도와도 같은 ‘직업군표’의 존재도 공개했다.

이 직업군 표는 직업별 대출 회수율을 누적으로 따져 이를 ‘등급화’시킨 자료. 그에 따르면 직업군 표에서 “연예인의 경우 최하위권에 속하는 ‘네거티브 군’(Negative)에 속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급전이 필요한 연예인은 결국 대부업체나 사채업자를 찾을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하소연.

한 연예 관계자는 “현재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모 스타의 경우 사채가 수억 원대에 달한다”며 “돈을 갚기 위해 지방 행사도 마다하지 않는데 사채와 연관된 공개 망신은 곧 씻을 수 없는 이미지 타격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다 보니 연예인을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사채업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채권추심 대행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모 업체는 강원랜드에 직원을 상주시켜 VIP룸을 드나드는 연예인들을 상대로 급전을 빌려주기도 한다”고 공개했다.

사채를 이용하는 연예인은 극히 일부분이나 얼굴이 대외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는 직업적 특수성으로 인해 남모를 고민이 많다. 이 관계자는 “연예인은 사채업자에게 봉이다”는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연예인의 유명세를 이용하면 채권 추심이 수월하고 연체율 또한 낮을 수 밖에 없지 않겠나. 사채업자 입장에서 연예인이 우수 고객인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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