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통 강철중 엇박자 개그 기대하세요”

  • 입력 2008년 6월 3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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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의 적 1-1’ 각본 쓴 장진이 말하는 뒷얘기

“강우석 감독과 이심전심… 시나리오 고칠 일 적어 편해

속좋은 정재영, ‘완전 나쁜놈’ 만들려고 고민 또 고민”

“아… 이건 이렇게 하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흐흐.”

3년 만에 돌아온 ‘공공(公共)의 적’(19일 개봉)에서 강우석 감독이나 주연 설경구 외에 눈에 띄는 사람이 또 있다. 각본을 맡은 장진(37) 감독. 1990년대 중반 ‘택시 드리벌’ 등 연극으로 입신해 무대의 맛을 스크린에 옮겨 온 감독. ‘킬러들의 수다’(2001년), ‘아는 여자’(2004년) 등을 연출한 그는 강 감독과 설경구의 영화인 ‘공공의 적’과 스타일 면에서 이질적이다.

2일 시사회 직전 서울 중구 주자동 KnJ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강 감독의 영화가 로큰롤이라면 장 감독의 영화는 재즈다. 직설적인 대사를 쏟아내는 강우석 표 영화 속 인물과 달리 엇박자를 즐기는 장진 표 영화의 인물은 의뭉스럽다. 강 감독의 코미디가 ‘몸 개그’라면 장 감독이 주는 웃음은 어이없는 농담에 ‘피식’ 하고 올라오는 실소(失笑)다.

열한 살 터울만큼 성향이 다른 두 사람. 잘 섞였을까.

“첫 원고는 대사가 좀 셌죠. 다섯 번 고쳐 쓰면서 그런 게 좀 덜어 내지긴 했어요. 하지만 워낙 서로 잘 아는 사이라서…. 저는 후반 작업 때 편집실에 얼씬도 안 했어요. 감독이 줏대가 없으면 각본 맡은 사람이 힘들어요. 아주 맘 편하게 갔어요.”

시나리오 한 편에 보통 1년을 잡고 10번 가까이 고쳐 쓰는데, 이번에 그는 두 달 만에 탈고하고 모든 걸 강 감독에게 맡겼다. 혹시 선배에게 눌려서 자기 스타일을 보여 주지 못한 건 아닐까.

“장진의 느낌을 ‘공공의 적’에 어떻게 녹였느냐고요?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를 잘 들어보세요. 전체적으로 1편과 비슷한 상황이지만 대사에 제 스타일을 묻혔습니다. 설경구 정재영 모두 연극부터 시작해서 대사 씹는 맛을 제대로 내죠. 입에 짝짝 붙었을 거예요.”

세 번째 공공의 적(敵)인 정재영은 장 감독이 애용하는 배우다. 장 감독은 원고에 극중 이름 ‘이원술’ 대신 아예 ‘정재영’이라고 쓰면서 그의 캐스팅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거칠어 보여도 속은 좋은 놈’으로 관객에게 익숙해진 배우를 ‘완전 나쁜 놈’으로 써 먹는 것도 낯설었을 법하다.

“늘 재영 씨를 믿어요. 재영 씨 생각하면서 대사를 만드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1차 편집 보고 온 사람들이 ‘재영이 형, 죽인다’ 하더라고요. 대결 장면에서 경구 씨가 재영 씨 기에 눌릴 수 있겠다 염려도 했어요. 하지만 뭐 알아서들 잘했겠죠. 궁극적으로 강철중 영화니까.”

이날 시사회에서 공개된 ‘강철중’에는 장 감독의 위트가 이곳저곳에 묻어나 있었다. 조직원이 보스 정재영을 배신하는 진지한 클라이맥스에 슬쩍 끼어드는 장난기. 자칫 ‘투캅스’ 시리즈의 악몽을 되풀이할 뻔한 시리즈를 아슬아슬하게 살려냈다.

강 감독과 함께 설립한 KnJ엔터테인먼트에서 ‘아들’ ‘거룩한 계보’ 등을 만들었지만 현장 작업을 함께한 것은 처음. 강 감독은 “시나리오 한 편 더 써 달라”고 했지만 장 감독은 고개를 갸웃한다.

“글쎄요. 내년 하반기쯤 일단 영화 쪽에서 발을 빼고 2, 3년 정도 연극에만 몰두할 생각이에요. 회사다 뭐다 벌여놨지만 결국 창작자로 남고 싶죠. 지금의 영화판… 조금 답답해요. 흐흐.”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영상 취재 : 박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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