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애 엄마니까… 애 잃은 엄마 맘 알 수밖에”

  • 입력 2007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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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chic)’한 짧은 커트 머리의 그는 앉자마자 말했다.

“여기 다방커피 한잔요.”

당당하고 세련된 도시 여성의 상징, 배우 김남주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멋진 카페에서 메뉴에 있지도 않은 다방커피를 시켜 홀짝홀짝 맛나게 마신다.

“이미지와 안 어울린다”고 하니 호탕하게 웃으며 “그게 김남주에 대한 선입견”이란다.

6년 만에 영화로 컴백한 그가 선택한 역할도 의외다.

2월 1일 개봉하는 현상 수배극 ‘그놈 목소리’에서 아들 상우가 유괴된 뒤 처절하게 무너지는 엄마 오지선 역할을 맡은 것.

영화는 1991년 일어난 이형호 군 유괴살인사건을 소재로 했다.》

울음연기 하면서 영화 속 엄마에 몰입

컷소리 나고도 1시간 동안 울음 못 그쳐

“나도 엄마니까 잘할 수 있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어요. 무엇보다 실제로 범인을 잡는다는 기획 의도가 맘에 들었죠. 좋은 일에 참여한다는 느낌.”

배우 김남주 사진 추가

그는 연기가 아니라 진짜 엄마의 모습을 보여 주려고 했다. 메이킹 필름에는 ‘컷’ 소리가 나고도 울음을 그치지 못해 사람들이 달래 주는 모습이 나온다. “감독님이 하는 말이 ‘뚝, 그만’.(웃음) 감정을 자제할 수 없어 1시간을 울었어요. 얼굴이 너무 부어 다음 촬영에서 조명팀이 ‘웬만한 건 조명으로 다 잡는데 이건 포기’라고 했어요.”

얼마 전 제작 보고회에서 역할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던 모습이 기억났다. 부모가 돼 보니 그 느낌이 절실했나 보다.

“온 우주가 다 라희(딸)예요. 라희와 나가면 아무도 날 못 알아봐요. 아기한테만 신경 쓰다 보니 너무 초라해서. 그 대신 여유로워졌죠. 예전엔 미용실에서 머리가 맘에 안 들면 신경질을 냈는데 이젠 웃으며 ‘또 기르지’ 해요. 남에게 가슴 아픈 일을 하면 그것을 자식이 받을 것 같아서요.”

영화 속에서 아이를 잃은 엄마는 한여름에 붉은 코트를 입은 뒤 거리를 헤매고, 멍이 들도록 가슴팍을 치며 자책한다. 붉은 색상의 옷을 입고 나오라는 범인의 말 때문에 손에 잡히는 대로 코트를 입고 나갔다가 더위에 지치고 비를 맞아 쓰러진다. 이런 장면을 찍을 땐 친정어머니에게 “엄마 같으면 어떡하겠느냐”고 상의했다. “어머니는 말만 듣고도 ‘나는 그러면 못 산다’며 우셨어요.”

사람들은 영화 속에서 사건이 일어나기 전, 똑 부러지는 완벽한 주부 모습을 김남주의 실제 모습과 가깝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이미지는 CF가 만든 거죠. 한 많은 연기도 잘할 자신이 있는데. 내가 이 역을 맡았다니까 말도 많았어요. 연기 안 한다고, ‘밥줄(CF)이 있으니 굳이 힘든 거 안 한다’고 말하는 것도 알아요.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1, 2년 쉬다 보니 좀 더 좋은 작품, 더 잘할 수 있는 작품이 기다려졌어요. 또 결혼하고 아이를 낳다 보니 기간이 더 길어졌어요. 본업에 충실하지 않다는 낙인이 찍혀 속상하지만 그것도 관심이니 감사하게 생각해요.”

인터뷰가 끝날 즈음,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한눈에도 부부를 꼭 닮은 딸의 사진을 보여 줬다. “아이가 부모 때문에 원치 않는 유명세를 치르는 게 싫어서 공개적으로 안 보여 주는데…. 아이는 평범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딸 얘기, 친정어머니(그는 효녀로 소문났다) 얘기만 나오면 좀처럼 말이 끊이질 않았다. “결혼 전에 막 울면서 엄마에게 ‘난 절대 엄마처럼 안 해’라고 했거든요. 근데…지금 딱 우리 엄마가 했던 것처럼 딸을 키우고 있어요.”

이전에 알던 ‘CF 여왕’ 김남주가 아니라 현실의 라희 엄마, 영화 속 상우 엄마가 말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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