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끝, 영화 시작?…‘싸이보그지만…’으로 스크린 데뷔 정지훈

  • 입력 2006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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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복수 끝, 사랑 시작”이라고 외쳤다면 영화배우 정지훈은 이런 다짐을 했을 것이다. “TV 끝, 스크린 시작.”

그의 영화 데뷔는 화제다. 영화는 아직 개봉되지 않았고 그의 연기력 평가 역시 나중 일이다. 그러나 가수 탤런트 등 4년간 TV 스타로 활동했던 그가 주연급으로 영화에 데뷔했다는 것, 여기에 박 감독의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 출연했다는 것까지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부담, 기대, 도전… 그러나 그는 ‘바른생활 사나이’ 답게 박 감독 칭찬부터 했다.

“박 감독님요? 아휴, 영화계의 거장이시잖아요. 많은 분들이 부담감에 대해 물어보시는데 찍는 동안 감사할 따름이었죠. 감독님이 워낙 ‘젠틀맨’이시잖아요. 별로 혼날 것도 없었고 즐거웠죠.”

영화배우 정지훈에게 떨어진 첫 번째 지령은 가수 비를 지우는 일. 정신병자 ‘박일순’ 역을 위해 그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근육질 몸매를 헐렁한 환자복 속에 감추었다. 여기에 ‘웰컴 투 동막골’의 시골 소녀 강혜정을 보는 듯한 헤어스타일로 ‘비범함’을 표현했다. 요들송 부르기, 탁구 치기 등 다른 사람의 재능을 훔치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그는 요들송 가수 서용률에게 특별 지도까지 받았다. 이 쯤 되면 영화 출연이 ‘꽁’(공짜)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밖에 영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역시 그는 ‘바른’ 대답으로 일관했다.

“소설이나 다른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건 없어요. 다만 일순이에 빠져들어 연기했을 뿐이죠. 촬영 내내 ‘난 정지훈이 아니라 박일순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수 비를 지울 수 있지 않았을까요?”

영화 촬영 내내 별다른 에피소드도 없었단다. 촬영장 분위기가 너무 조용해 여기가 진짜 촬영장인지 헷갈릴 정도였다고.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즐거운 기억밖에 없다”고 했다. 순간 정지훈이 아닌 박일순이 중얼거리는 것 같았다.

“첫 출연이지만 (그런대로) 괜찮아.”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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