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유희? 관객유희?… 14일 개봉 ‘퍼즐’

  • 입력 2006년 9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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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1 - 시뮬레이션 게임 한판

91분 내내 관객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이 영화. 마치 “우리랑 시뮬레이션 게임 해볼래요?”라며 관객들에게 ‘썩은 미소’를 던지는 듯하다. 팝콘 들고 느긋하게 영화 한 편 감상하러 왔다면 잠시 팝콘은 접어두는 편이 낫다. ‘조이스틱’ 잡고 거하게 한판 하려면 준비 단단히 해야 할 듯.

14일 개봉하는 영화 ‘두뇌유희 프로젝트-퍼즐’은 절대 ‘유희 프로젝트’가 아니다 이름조차 모르는 등장인물들 속에서 관객들은 게임의 주체가 누군지, 등장인물들은 왜 이래야만 하는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이쯤 되면 관객들에겐 ‘고통 프로젝트’요, ‘유희’는 오히려 관객들을 끙끙 앓게 만드는 등장인물들의 프로젝트인 듯하다.

조각#2 - 다섯 남자의 다섯 인생

5년 전 남 사장의 사주를 받은 타짜에게 전 재산을 날린 ‘명동 사채업계’의 거물 환(문성근), 돈을 받고 사창가 뒤를 봐주던 전직 경찰 류(주진모), 그리고 다혈질 3류 건달 노(홍석천)와 과묵한 정(김현성), 남의 뒤를 캐러 다니는 규(박준석)는 누가 시킨지도 모르는 일확천금 프로젝트에 초대를 받는다. 아웃사이더 인생을 사는 이들에겐 “누구지”라는 의문은 오히려 촌스러운 일이다.

리더인 환의 계획대로 네 명의 사내들은 은행에서 채권을 탈취하고 은행 여직원을 인질로 잡는다. 그러나 약속장소에서 기다리던 환이 살해된 채 발견되고 네 명은 서로를 의심한다. 그제서야 “누구야” “왜 이런 짓을”이라는 주인공들의 절규가 시작된다.

조각#3 - 3D 입체 캐릭터

영화 속에는 반전 결말, 폼나는 총싸움 등 나름의 재미거리도 들어있지만 애초 이 영화가 표방한 ‘입체성’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 대신 밀폐된 공사장 창고 속 주인공들의 연기는 3D영화처럼 입체적이다. 특히 홍석천의 오버 액션과 이를 비웃는 김현성의 과묵함이 대조를 이루며 캐릭터를 입체화한다.

다만 영화 속 조각을 다 모아놓고 보니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14년 전 작품 ‘저수지의 개들’이 생각나는 건 씁쓸하다. 마치 즐겁게 게임을 마친 뒤 게임설명서에 “이 게임은 미국 원작을 국내용으로 재구성된 것입니다”라는 글귀를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 18세 이상.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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