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지자체 功過’ 프로 제작 중단…“선거앞두고 오해 우려”

  • 입력 2006년 3월 1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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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KBS)이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장 및 의원의 공과(功過)를 다루는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하다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 의원이 방송위원회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지상파 3사 선거방송심의규정 유권해석 의뢰 공문’에 따르면 KBS 선거방송프로젝트팀은 ‘보도특집 지방자치 그 후 11년, 견제 없는 지방권력’(가제)을 기획했다.

선거방송프로젝트팀은 1월 31일 방송위에 보낸 이 공문에서 ‘지방자치 11년의 공과를 점검해 보고 발전적 대안을 제시하는 보도특집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4월 초 방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팀은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자질과 역량, 부조리를 분석하기 위한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히고 단체장 부정 비리 사례 4가지를 방송 내용의 일부로 제시했다.

KBS 팀은 이 프로그램이 보도 프로그램을 제외한 여타 프로그램의 경우 선거일 90일 전부터는 선거출마 예상자가 등장하는 내용을 방송할 수 없도록 한 선거방송심의규정에 저촉되는지를 유권 해석해 달라고 방송위에 의뢰했다.

방송위는 2월 20일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프로그램이 보도프로그램에 해당돼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유권 해석해 이를 다음 날 해당 팀에 통보했다.

그러나 심 의원은 “이 프로그램은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1월 중순부터 제기한 ‘지방권력 심판론’에 호응한다는 인상이 짙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프로그램의 가제나 기획 의도가 여당의 지방선거 어젠다인 ‘지방권력 심판론’을 연상시키며, 프로그램에 소개될 비리 사례도 한나라당 단체장에 집중될 우려가 있다는 것.

이에 대해 KBS 선거방송프로젝트팀 관계자는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을 중단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날 본보의 확인 요청에 대해 “‘견제 없는 지방 권력’에는 현직 단체장이 나오게 돼 있는데 자체 논의 결과 이들에게서 소송을 당할 가능성과 시기상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어 방송위의 유권 해석이 나오기 이전에 이미 방송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애초 ‘견제 없는 지방권력’은 지방자치제의 바람직한 대안을 찾는 3부작 중 제2부로 기획됐으나 이를 취소함에 따라 전체 기획도 2부작으로 축소했다”며 “2부작은 해외사례 위주로 하고, 확정판결이 난 국내사례를 곁들이는 식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견제 없는 지방권력’을 기획한 것은 정 의장의 ‘지방정권 심판론’과는 전혀 무관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방송위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이 선거방송심의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한 것은 그 내용이 주로 과거 언론에 보도됐거나 확정판결된 것을 다루고 있어 그랬던 것”이라며 “만약 관련 프로그램이 공정성 등에 문제가 있다면 사후 제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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