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진중권 발언 정리

  • 입력 2005년 3월 10일 20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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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과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TV시사프로그램 CBS저널(진행자 김근상 성공회 신부)에서 1시간 동안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다음은 주요 발언 정리.

지만원 소장=한 교수의 글에 돌을 던지는 이유는 전체가 아니라 일부분 자극적인 글만 던져서 그런 것 같다. 이건 의도가 있는 마타도어라고 본다. 당시의 국제 정세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국가 a가 국가 b를 욕을 보였다고 하면, 비난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나. 나 같아도 비난한다.

당시 열강들은 전부 부국 강병 정책을 채택하고 식민지 쟁탈전에 나섰다. 일본도 역시 이에 합류해 수 많은 아시아 국가들을 점령했다. 때마침 러시아도 아시아에 진출했고 러일 전쟁이 발발했다. 여기사 러시아가 이겼다면 스탈린 시대 소수민족 이주 정책 등 수 많은 한인들이 고통을 받았을 것이다. 원자폭탄 투하 후 해방된 것도 일본에 먹혔기 때문이다.

그게 천만 다행이라는 얘기지 매도할 일이 아니다.

진중권 교수=한승조 교수의 원문은 이미 인터넷에 돌고 있고 다른 사람들도 100퍼센트 다 읽어 보고 비난 하는 것이다. 왜 하필 러시아를 예로 들었나? 일본 우익들은 러일 전쟁을 ‘아시아인들이 서구에 대한 열등 의식을 극복했다’는 근거로 사용한다. 그 당시 러시아는 혁명 등 격변의 시기였기에 식민지를 개척할 여력이 없었다. 차라리 일본이 아니었으면 미국이 지배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게 더 그럴싸할 것이다.

지 소장=세계적인 인권 국가인 미국이 어떻게 한국을 먹겠나.

진 교수=가쓰라-테프트 조약을 봐라. 필리핀을 노린 미국이 왜 조선은 가지고 싶어 하지 않았을 거라고 하는가.

지 소장=나와 진중권씨의 관점은 다르다. 이 다름은 인정해야 한다.

진 교수=지씨의 글을 보면 ‘들쥐 근성’ 이라든지 민족성 비하적인 표현이 많다. 한국인은 안된다는 사고가 강하게 전제돼 있다. 그런 사고 안에서 논쟁을 펴는 것이 가장 큰 잘못이다.

지 소장=먹힐 만 하니까 먹혔다고 말하는 것이다. 왜 그 당시 우리는 비참하게 도마위에 올려진 고기가 됐느냐 그걸 반성해야 한다. 중요한 사실은 과거사를 들추기 보다는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지향해 나가자는 것이다.

진 교수=계속 먹힐 만 하니 먹혔다고 말씀하시는데, 그게 일본 극우들이나 할 소리지 식민 지배를 당했던 사람 입에서 나올 소리인지 의문이다. 임상의학적으로 살펴볼만한 사람의 입에서나 나올 말이다.

지 소장=진 교수는 사람의 인격을 존중해야지, 어떻게 나더러 정신병자라고 말하나.

진 교수=아니, 한국 언론은 하이에나, 한국민은 들쥐라고 비난하던 지 소장이 무슨 인격을 논하는지 궁금하다.

지 소장 =나는 일본의 극우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고 관심도 없다. 단지 내 말은 누구에게 당했으면 우선 나에게 어떤 잘못이 있었나 곰곰이 살펴보고 또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과거에서 지혜를 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김구와 이승만을 보라. 국제적인 힘은 미국에 있었다. 외교적인 독립운동에 주력한 분이 이승만이고 김구는 피해가서 윤봉길 의사 등에게 무기를 줘서 한 사람 한 사람 죽이는 활동을 했다. 그래 가지고 일본을 극복할 수 있었나? 그렇게 쉽게 해결될 일이면 애시당초 일본에 먹히지도 않았다. 김구는 내가 볼 땐 빈 라덴이다.

진 교수=일본 극우파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관심 없다는 게 바로 먹힐 짓이다. 지 소장 말대로 김구가 빈 라덴이면 안중근, 윤봉길 의사도 빈 라덴이다. 대한민국은 헌법상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다고 하는데, 우리 국민들이 전부 빈라덴이 되는가?

김근상(진행자)=독도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땅이라고 보시는 가?

지 소장=한일협정 당시 독도는 없는 것처럼 선을 그었다. 오늘날 노무현 대통령은 일본 사람들 앞에서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했다. 이런 점이 일본 사람들에게 잘못 된 메시지를 준 것이다.

지금 과거사 논란의 배경에는 현 정권의 386주사파들이 있다. 이들은 북한을 조국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로, 일본이 공산주의를 미워하고 탄압하니까 일본을 숙명적으로 미워하는 것이다. 이런 친북 좌익들이 정권을 잡아 사회주도세력이 됐고 이전 기득권 세력을 죽이기 위해 과거사를 끄집어 내고 있다.

진 교수=지금 386뿐만 아니라 보수 쪽에서도 한승조씨를 비판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우익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친북을 때린다는 점이다. 빈라덴이 따로 있는게 아니다.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해선 친일도 미국에 대한 것도 다 포기하는 이게 바로 ‘근본주의’요, ‘극단주의’다.

지 소장=제가 이해하는 좌파는 386주사파다. 그 사람들에게는 신념이 있다. 북한은 친일파를 피로 숙청하고 민족의 전통성 있고, 남한은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해 정통성이 없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사면서 대한민국을 조국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바로 386주사파들이다.

진 교수 =대한민국에 좌익은 거의 없다. 좌익은 사회복지망을 주장하는 저 같은 사람들이다.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모두 우익이다. 우리나라에선 우파 둘이 서로 나눠가지고 있는 것이다.

친일 비판은 386좌파뿐만이 아니라 국민 전체가 들고 일어나는 일이다.

또 현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이 뽑아준 사람들인데, 어떻게 빨갱이라고 하는가. 이런 공산 정권에서 어떻게 사시나? 망명하시라.

김 진행자=일본의 우익은 역사를 자조적으로 보느냐고 하는데, 이상하게 한국 우익은 거꾸로 민족주의라는 생각을 비하하는데 중점을 둔다.

지 소장=그게 비하가 아니라 자기 반성이다. 나도 경계인이고, 코스모폴리탄이다. 객관적으로 양국의 관계를 비판하는 것이다.

진 교수=그게 소위 일본 우익들이 말하는 자학사관이요 내쇼널 마조히즘이다. 신기하게도 한국서도 그걸 받아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의 일부 멍청한 우익들이야말로 자학증에 빠진다. 어떤 사람들은 채찍질 당하면 좋아하지만 아파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개인의 특이한 성적 취향은 혼자서나 드러내야지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드러내면 큰일 난다.

지 소장=과거에만 집착하는 것이야말로 ‘자폐증’이다. 우리가 일본더러 반성하라고 해서 일본이 고개 숙이는가. 그건 일본 인격 문제고, 우리는 우리대로 일본 미국 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일을 해야 한다. 맨 컴퓨터만 하고 아버지뻘 할아버지뻘 되는 사람들을 욕하고 그게 뭔가.

진 교수=제 아내가 일본 사람이다. 일본 사람들에게 뭘 배워야 하는가. 일본에도 좋은 점도 있고 우리보다 더 떨어진 점도 있다. 저에게 찾아와 식민지가 잘못됐다고 하신 분들도 있다. 이런 분들을 배워야. 기껏 우익 애들을 배워야 하는가. 그들 중 80퍼센트가 야쿠자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하는 애기를 그대로 받아다 놓고 일본을 배우자는 건가.

지 소장=일본 사람 사과하는 걸 배워야 한다. 친일이 아니라 반성할 건 반성하자는 얘기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 배척 말고 동반자 관계로 가자. 이 문제와 관련해서 할 수 있다면 국민들 걱정 좀 안 줬으면 좋겠다. 100년전 얘기를 또 끄집어 내 일본에 대해 증오심만 불러 오는가.

진 교수=증오심은 없다. 그러나 짚을 건 짚어야 한다. 주권을 가진 국가라면 망언을 반성하게 하고 외교적인 압박을 가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 일본 제대로 된 동맹이 되자는 것이다.

지 소장=대통령이 국제 사회에 가서 존경을 받고 인기를 얻으면 국제 위상은 올라간다. 협상 테이블에 앉는 사람들이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더 예의 바르고 논리를 가지면 된다. 우리가 푸대접 받는 건 대한민국 대표 선수가 수준 이하로 보이기 때문이다.

진 교수=한승조 논란은 한국 우익들의 퀄리티가 어느정도까지 썩어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 일본 우익들은 군사력을 확장하려 하는데, 대한민국 보수 우익들은 일본을 위해 말한다. 이런 사람들이 바라는 미래는 끔찍하다,

지 소장=식민지배가 축복이었다는 말은 틀린 얘기다. 본 뜻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하는 얘기다. 이건 마타도어다. 한승조 씨는 훌륭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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