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부모님 전상서’ 이 드라마, 왜 눈물이 나지?

  • 입력 2005년 3월 2일 18시 37분


“소리 없이 시청자의 가슴을 파고든다.”

KBS2 주말드라마 ‘부모님전상서’(오후 7:55)가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며 주목받고 있다. ‘부모님전상서’의 2월 마지막 주 시청률은 28.5%(AGB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로 드라마 ‘해신’에 이어 2위이다. 2월 둘째 주에는 30%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부모님전상서’에는 신세대 스타가 나오지 않는다. 같은 시간대 MBC ‘한강수타령’의 배역이 김혜수 김석훈 최민수 등 호화진용인데도 이 드라마에는 김희애 외에 스타급이 거의 없다.

이런 조건 속에서도 ‘부모님전상서’가 시청률 1, 2위를 다투는 이유는 뭘까. KBS는 50회로 예정된 방영 횟수를 16∼20회 연장할 예정이다.

● 밋밋함 속의 진실과 감동

“요즘 드라마에는 삼각 사각 오각 관계가 막 나와요. 개연성도 없고 내용상 시차도 안 맞아요.”

‘부모님전상서’의 김수현 작가는 이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부모님전상서’에는 ‘알고 보니 이복형제’ ‘삼각관계’ 등 비정상적 설정이 없다.

‘부모님전상서’의 뼈대는 안재효 교감 부부와 네 자녀를 중심으로 한 일상 이야기다. 극적 사건이라고는 초반에 자폐아를 둔 첫째 딸 성실(김희애)과 창수(허준호)의 이혼, 셋째 아들 정환(이동욱)과 미연(이민영)의 결혼, 안 교감의 동생인 금주(김보연)가 ‘다리 밑에서 주워온 아이’였다는 것 정도다.

그래도 시청자 게시판에는 매회 ‘드라마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소감이 빠지지 않는다. 정해룡 PD는 “극적 장치나 사건이 없어도 시청자들이 현실에 발을 딛고 사는 안 교감 가족의 모습에서 ‘우리 이야기’라고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 ‘따사롭게’ 작가 김수현의 변신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별명처럼 김수현 작가는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청춘의 덫’ ‘완전한 사랑’ 등 히트 퍼레이드를 펼쳐 왔다. “500년 재수”(‘완전한 사랑’)나 “부숴버릴 거야”(‘청춘의 덫’) 등 속사포 같은 대사와 모진 캐릭터가 그의 작품의 특징이다.

그러나 ‘부모님전상서’는 따뜻한 봄 햇살처럼 부드럽다. 갈등과 상처 대신 화해와 치유가 넘친다.

창수는 극 초반에 자폐아인 아들 때문에 바람을 피우고 사업이 잘 안 되자 성실을 구박하는 망나니로 나왔다. 하지만 그는 성실과 이혼한 뒤 되레 아내에 대한 사랑과 부성(父性)을 찾아간다.

김 작가는 “화려하고 템포 빠른 작품만 보다가 이 드라마를 보면 따분하고 졸릴 수 있겠지만 희망 없이 지쳐가고 거칠어가는 세태에 아름답고 촉촉하게 젖어드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쏠림없는 배역 배분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성실 창수 부부지만 등장인물들이 골고루 명확한 캐릭터를 갖고 있다.

안 교감의 첫째 며느리 아리(송선미)는 철없고 속이 좁지만 시어머니와 격의 없이 지내고, 둘째 며느리 미영은 아리와 갈등을 빚지만 속이 깊다. 정환의 친구로 나오는 개그맨 김영철도 매회 대사가 있을 정도로 역할이 뚜렷하다.

김현준 드라마1팀장은 “현실에서는 주·조연이 따로 없고 모두 주연인데 ‘부모님전상서’도 그렇다”며 “각자의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게 이 드라마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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