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SBS 길들이기’ 분명해졌다

  • 입력 2004년 12월 2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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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원회가 SBS에 대한 재허가 추천 심사에서 합격점을 넘는 점수를 주고도 추천을 보류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그동안 방송위가 SBS 재허가 추천을 세 차례나 보류한 것은 의구심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방송위가 SBS를 길들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추천을 미루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재허가 추천 심사 결과는 그 같은 의구심이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보여 준다.

SBS가 심사 결과 합격점을 받았으면 빨리 재허가를 내줘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방송위가 차일피일 미뤄 온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단순한 점수 평가 말고도 고려가 필요한 다른 배경이 있다는 말이 아닌가.

그 배경은 열린우리당이 SBS를 상대로 국회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벼르는 것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여당은 청문회를 통해 지역민방의 정체성과 이익 환원 미(未)이행 문제를 따지겠다고 했지만 이는 이미 방송위 심사에서 걸러졌던 문제들이다. 방송위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 등을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지만 그 때문에 세 번씩이나 재허가를 미뤄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들은 SBS가 뭔가 못마땅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합격점을 받은 SBS에 재허가를 안 내줄 수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SBS 재허가를 자꾸 미루는 것은 여권이 특정 방송사를 애먹여 길을 들여 놓겠다는 의도 이외에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방송사 재허가는 3년마다 반복된다. 재허가 권한이 이처럼 남용된다면 방송사는 생사여탈권을 쥔 정권에 고분고분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방송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된다. 방송사 재허가는 규정과 절차에 따라 엄정히 집행해야 한다. 그러나 권력이 임의적 잣대를 들이대며 방송을 통제하는 무기로 악용해선 안 된다.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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