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희씨 별세에 동료가수 "큰 별 잃었다"

  • 입력 2004년 8월 10일 1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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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4일 ‘가요무대’ 녹화를 위해 모였던 윤시내 정훈희씨와 고 박경희씨(왼쪽부터). 고인은 그때 “셋이서 함께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다”며 기뻐했었다.- 사진제공 KBS
6월14일 ‘가요무대’ 녹화를 위해 모였던 윤시내 정훈희씨와 고 박경희씨(왼쪽부터). 고인은 그때 “셋이서 함께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다”며 기뻐했었다.- 사진제공 KBS
‘머무는 곳 그 어딜지 몰라도/ 난 외롭지 않다네/ 언젠가는 떠나야 할 그 날이/ 빨리 왔을 뿐이네’.

자신의 대표곡 ‘머무는 곳 그 어딜지 몰라도’의 후렴구처럼 9일 53세의 나이에 우리들 곁을 ‘빨리’ 떠나버린 가수 박경희씨.

지난 6월21일 방영된 KBS ‘가요무대’에서 고인과 마지막으로 함께 노래했던 동료 가수들은 갑작스런 부고를 듣고 놀라워했다.

당시 함께 출연해 ‘공연히’ ‘열애’ 등을 열창했던 가수 윤시내씨는 10일 “언니는 늘 명랑하고 성격도 시원시원해 내가 많이 따랐다”며 “건강한 모습으로 노래한지 두 달도 되지 않아 이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아파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정훈희씨도 그게 그와 함께 선 마지막 무대였다니 기가 막히다며 애석해했다.

“70년대 당시 국내 가요계는 트로트와 발라드 두 장르로 나뉘어 있었고 경희와 나는 몇 안 되는 팝 스타일의 가수였어요. 경희는 체격도 크고 생김새도 서구적인데다 목소리에 볼륨감이 있어 무대가 꽉 차는 느낌이었죠. 최근에 가수로 다시 활동하겠다고 의욕이 대단했는데….”

워커힐 호텔 전속 가수로 듀엣 ‘카펜터스’나 탐 존스의 팝송을 즐겨 불렀던 고인은 김기웅 작곡의 ‘태양의 노래’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이 노래가 바로 74년 제1회 한국 국제가요제 대상곡인 ‘저 꽃 속에 찬란한 빛이’다. 당시 가요제에 출전하면서 가요제 출품작답게 제목을 길게 고쳤던 것.

고인은 마지막 무대가 된 ‘가요무대’ 녹화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데뷔할 때 패티 김 선배처럼 ‘○○ 박’ 하고 예명을 지으려 했는데 마땅한 영어 이름이 없어 그냥 본명을 쓰게 됐다”는 후일담도 들려줬다.

가요평론가 임진모씨는 “가수 박경희는 패티 김 계열로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대동해 부르는 스탠더드 팝의 계보를 잇는 대형가수 였다”며 “70년대 가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라고 추모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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