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장나라-연정훈 “연기 홀로서기 깜짝 놀랄걸요”

  • 입력 2004년 6월 3일 21시 06분


《12일 첫 방영되는 MBC 주말드라마 ‘사랑을 할 거야’(극본 박지현·연출 이주환)는 두 가지 사랑에 대한 이야기. 하나는 탤런트 장나라(23·왼쪽)와 연정훈(26)의 ‘첫 사랑’이고 또 하나는 중견배우 김미숙(45)과 강석우(47)의 ‘중년의 사랑’이다. 장나라는 여고생 보라 역을, 연정훈은 대학생 하늘 역을 맡았다. 김미숙은 보라의 어머니이자 이혼녀인 옥순으로, 강석우는 하늘의 아버지이자 상처한 중년 남성 성훈으로 나온다. 드라마에서는 두 가지 사랑이 꼬이면서 세대간 갈등이 벌어진다.

장나라와 연정훈은 2세 연예인들. 장나라의 아버지는 배우 주호성이고 연정훈의 아버지는 탤런트 연규진이다. 2일 오후 강원 고성군 현내면의 한 콘도에서 장나라와 연정훈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각각 ‘아버지에게 쓰는 편지’로 재구성했다.》

○장나라가 아버지 주호성에게

아빠!

이번 ‘보라’는 똑똑해서 좋아.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바른 말을 쏘아댈 때는 냉철하기까지 하거든. SBS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2002년)나 영화 ‘오! 해피데이’(2003년)에서 과장되고 어리버리했던 캐릭터와는 아주 다르지? 기자간담회에서 ‘의젓해 보여 놀랐다’는 말까지 들었어. (정말이야!)

사실은 내가 철이 없어서인지 팬들에게 어리게 보였나봐. 나도 그게 편하긴 한데, 미저리나 장희빈 같은 역할도 해보려면 너무 엽기발랄로만 흐르면 안 되잖아.

이번 드라마 때문에 처음 만난 연정훈 오빠는 편안한 인상 그대로야. 내가 처음 보는 사람한테 말을 잘 못 거는 거 알지? 그런데 오빠가 편하게 대해줘서 정말 고마워.

누군가 나더러 ‘아버지가 조종하는 인형’이라고 할 때가 있었어. 그게 아닌데! 요즘은 금전 관리와 밴드 매니지먼트 정도만 해주시는데…. 연기에 대해서도 출연제의를 받은 작품의 첫 대본만 한번씩 읽어봐 주시고. 나도 이제 컸으니 더 많은 것을 알아서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나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전에는 내가 이때쯤 결혼해야 할 줄 알았어. 하지만 생각이 180도 바뀌었거든.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하겠지만, 안 나타나면 계속 일을 열심히 하면서 싱글로 살 수 있을 것 같아. (일을 정말 열심히 한다는 게 내 장점이잖아!) 그때도 엄마 아빠와 함께 살고 싶은데, 괜찮지? 내년에는 꼬옥 아빠와 함께 연극무대에 섰으면 좋겠어.

아빠를 사랑하는 딸, 나라였어요∼.


○연정훈이 아버지 연규진에게

아버님께

3일 새벽까지 장나라씨와 세 번째 촬영을 했습니다. 나라씨는 심각해 보이다가도 NG가 나면 ‘본래 성격’이 여지없이 튀어나와 잡아놓은 감정이 깨질 때가 있더군요. 하하…. 저는 처음에 KBS2 ‘백설공주’의 바람둥이 아나운서대로 ‘버터 발린’(느끼한) 분위기가 나고 나라씨도 어린애 같더니, 둘의 호흡이 점점 맞아 들어가고 있습니다.

대본을 보면서 ‘부모님도 사랑을 할 수 있구나, 이뤄지지 않으면 참 안타깝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결론이 될지 모르지만 중년의 사랑이 더 존중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재혼을 말렸던 자식들이 다 크고 나서야 부모를 이해하고 뒤늦게 후회할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이 드라마의 저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실지. 데뷔 시절에는 ‘시선을 이렇게 처리해야지’하고 가끔 조언을 해주셨지만 요즘은 더욱 말씀이 없으시군요. 하긴 아버지는 원래 과묵하시고 제가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셨죠. 저도 아버지께 별로 의지하지도 않았고요.

하지만 멀쩡히 공부하던 자식이 배우가 되겠다고 했을 때 반대하신 건 이해합니다. “노력만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운까지 따라줘야 하는 게 배우다”라고 걱정하셨죠. 배우가 돼서 아버지의 도움을 받은 건 거의 없지만, 가끔 “잘 하고 있다”고 해주실 때는 뿌듯해요.

팬들이 저에 대해 편안하다고 하더군요. 여성 팬들이 그런 점을 좋아하는 것 같지만 약점인 것 같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영화 ‘살인의 추억’의 박해일처럼 다중적인 분위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럼 올라가서 또 뵙겠습니다. 아들 정훈.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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