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돈 많은 남자 유혹이 여자 목표?" …'귀여운 여인' 항의

  • 입력 2003년 11월 20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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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일극 ‘귀여운 여인’이 몰염치한 여성을 자주 등장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MBC TV 화면 촬영
MBC 일일극 ‘귀여운 여인’이 몰염치한 여성을 자주 등장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MBC TV 화면 촬영
가족시청 시간대에 나타난 ‘뻔뻔한 꽃뱀’에 시청자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MBC 일일연속극 ‘귀여운 여인’(극본 정성희·연출 최이섭·월∼금 밤 8·20)은 ‘가진 것 없는 두 여자의 처절한 남자 유혹하기’를 통해 결혼할 때도 조건을 따지는 세태를 풍자하겠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남자를 유혹하는 데만 관심 있는 주인공 소연(장신영)은 10일 첫방송에서 강 박사(권해효)로부터 3000만원짜리 명품 옷을 뜯어낸 뒤 옷을 환불해 현금을 챙긴다. 그는 경찰관에게도 이 일에 대해 잘못이 없다고 언성을 높인다.

“선물이 맘에 안 들면 환불하는 거지! 내 선물 내가 바꿔서 다른 걸 사는데 일일이 누구 허락을 받아야 해?”

소연의 어머니 금례(윤미라)도 “남자는 독립하지 못하는 여자에게 저금통장이야”라고 말하는 현역 ‘꽃뱀’이다. 현재 사기죄로 복역 중이며 딸에게 남자를 뜯어서 자기 영치금을 벌어오라고 다그친다.

강의가 폐강되고 카드 빚에 쪼들리는 대학 시간강사 승은(정선경)도 ‘교수’라는 목표만 바라보고 살아온 것에 회의를 느껴 소연처럼 남자를 통한 신분 상승을 시도하게 된다.

그러나 이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은 자기이익을 위해 남을 이용하는 꽃뱀들의 뻔뻔함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실력으로 승부하지 않고 사기를 쳐서 신분 상승하려는 모습은 모방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mjwhss)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가족시청 시간대에 편성됐다는 점도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한다. “많은 학생들이 돈 벌기 위해 술집에 나가는 때에 부적절한 소재”(tingky97) “여자는 돈 많은 남자를 유혹하는 게 인생의 목표란 말인가”(nawhy) 등의 항의와 함께 “가족들이 함께 보기 민망하다”는 의견도 많이 올라온다.

이 때문인지 시청률도 10일 첫방송에서 17.9%(TNS미디어리서치 집계)를 기록했으나 19일 방송에서는 12.2%로 떨어졌다.

이 드라마의 조연출 강대선 PD는 “상대의 조건을 따지는 것은 일종의 풍자로 출생의 비밀을 따지는 소재보다는 훨씬 현실적”이라며 “그러나 시청자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면 드라마의 방향을 풍자에서 멜로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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