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낭비 죄송합니다" 대학교수 고백 파문

  • 입력 2003년 8월 26일 12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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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박홍규 교수
영남대 박홍규 교수
한 대학교수가 “나는 어느 방송국 PD, 그의 부인, 아들과 함께 공적업무를 빙자한 사적여행을 다녀와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고백형식의 기고문을 언론에 실어 파문이 일고 있다.

영남대학교 법학부 박홍규 교수는 지난 21일자 부산일보에 ‘혈세 낭비 부끄러운 고백’이란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박 교수는 칼럼에서 “지난 6월말 모 방송국 PD가 자신이 동반한 유럽 현지촬영에 가족을 데려와 공적인 돈을 쓰면서 촬영보다는 관광을 더 즐겼다”며 “여행에 동참해 국민의 혈세를 같이 낭비한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국민 앞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어 “이 PD는 출장지에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일정을 늦추고 부인의 쇼핑을 위해 촬영까지 미뤘다”면서 “이 때문에 내가 출연한 프로그램을 거의 찍지 못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을 위해선 약간의 돈도 쓰지않은 PD가 “분위기 좋은 고급식당을 찾기위해 위해 일정을 늦추고, 냉장고가 없다며 숙소를 값싼 호텔에서 비싼 호텔로 옮겼다”면서 “공무원이나 회사원은 모두 이런 식으로 공을 빙자한 사적인 낭비를 일삼는가”라고 비난했다.

그는 “더욱 괴로운 것은 PD와 나눈 사적인 대화나 행태였다”면서 “PD는 시골 사람인 나에게 자신은 절대 시골에 가지 않는다고 말하거나 식당에서는 별안간 먹기 싫다며 다른 고급 식당에 혼자 가서 먹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사인인 나는 왜 덩달아 공인이 되어 혈세 낭비에 동참했는가”라고 자문한 뒤 “피땀 흘려 낸 혈세를 낭비해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글을 끝맺었다.

박 교수는 칼럼에서 방송국과 PD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기자의 취재 결과 KBS의 ‘TV, 책을 말하다’프로의 모 PD로 드러났다.

파문이 일자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으며 KBS 감사실은 “현재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인데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 문제와 관련해 해당 PD는 "할말이 없다"며 기자와의 통화를 거부했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지난 21일 방영한 <베토벤을 보는 또 다른 시선 : 박홍규의 베토벤 평전>을 제작하기 위해 박 교수와 함께 지난 7월10일부터 1주일 일정으로 오스트리아 빈, 독일 본 등지에서 현지 촬영을 했었다.

박 교수는 애초 6월말부터 부인과 함께 유럽 여행중이었는데 출연요청을 받고 숙식과 귀국 비행기표를 지원받아 제작에 합류했다.

▶박홍규 교수 '혈세 낭비 부끄러운 고백' 기고문 전문

▶KBS 홈페이지에 올려진 책임프로듀서 사과문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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