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25시' 내일이면 감옥행…도망갈까 죽을까

  • 입력 2003년 8월 21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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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에드워드 노튼의 섬세한 내면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25시’ 사진제공 마노커뮤니케이션
배우 에드워드 노튼의 섬세한 내면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25시’ 사진제공 마노커뮤니케이션
이제 남아있는 시간은 24시간. 내일이면 감옥에 가야 한다. 집안에 숨긴 마약이 발각돼 7년형을 선고받은 몬티(에드워드 노튼)는 허가받은 1주일의 보석 기간 중 마지막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는 절친한 친구들인 제이콥(필립 세이무어 호프만)과 프랭크(배리 페퍼), 자신을 밀고했을지 모른다고 의심하면서 사이가 멀어진 여자 친구 내추럴(로자리오 도슨)과 함께 마지막 파티를 벌인다.

영화 ‘25시’는 바깥세상과 ‘이별연습’을 준비 중인 한 청년의 하루를 카메라에 담았다. 애견 도일과의 산책, 내추럴과의 미묘한 신경전, 자신의 알코올 중독 때문에 아들이 돈을 벌기 위해 마약상이 됐다고 자책하는 아버지와의 만남…. 마지막 파티에서

몬티의 한 친구는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쏘는 시늉을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몬티에게 주어진 세 가지 선택은 실패할 게 뻔한 도주, 같은 남자에게 성폭행 당할지도 모를 감옥행, 아니면 자살이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같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당신의 선택은?

‘똑바로 살아라’, ‘말콤 X' 등을 통해 흑인의 정체성과 사회문제를 진지하게 탐구해온 스파이크 리 감독의 질문이다.

영화는 너무나 갑작스럽게 탈출할 수 없는 미로에 빠진 한 젊은이를 통해 상반된 메시지들을 동시에 던져준다. 분노와 화해, 상처와 치유, 절망과 희망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 도입부에서 마약상인 몬티가 상처입고 버려진 개를 구해주는 장면도 이 같은 메시지를 암시한다. 전체적으로 스파이크 리 특유의 독설(毒舌)은 수위가 좀 낮아졌다.

1967년 작 ‘25시’의 모리츠(앤터니 퀸)와 몬티를 비교하면 어떨까. 모리츠의 눈에는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과 그로 인한 공포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몬티의 눈빛은 다르다. 그는 성직자, 흑인, 심지어 이민 온 지 10년이 지나도록 영어를 제대로 못하는 한국 상인을 혐오스러워 하는 백인 청년이다. 그러나 그의 눈은 자기 인생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면서 따스하게 변화한다. 도주도 자살도 아닌 감옥행을 선택하는 ‘몬티의 25시’는 반성과 새로운 인생에 대한 각오를 의미한다.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지성적인 연기자로 손꼽히는 노튼을 만날 수 있다는 것. ‘프라이멀 피어’, ‘아메리칸 히스토리 X’를 통해 연기파로 인정받은 그는 갈등하는 몬티의 내면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가끔 몬티의 입을 빌린, 감독의 독백들이 껄끄러울 때도 있다. ‘뉴욕 사람이란 걸 잊지 말라’는 반복적인 대사, 의도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성조기는 어쩐지 좀 불편하다. 15세 이상 관람 가.15세 이상 관람가.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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