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매트릭스 리로디드'…전편보다 깊이있는 메세지

  • 입력 2003년 5월 5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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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나자 한 미국 기자가 외쳤다. “와우, 매트릭스의 세계에 또다시 빠진 것을 환영합니다.” 그러자 브라질 기자가 말했다. “이봐, 너무 세상을 무겁게 보지 말라고….”

2일(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 있는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 ‘매트릭스-리로디드(Matrix-Reloaded)’가 처음 공개된 이날 기자 시사회의 분위기는 이랬다. 제작자 조엘 실버의 말마따나 ‘심오한 메시지가 머리 아프다면 그냥 가볍게 즐기는 건 어때?’

99년 개봉한 ‘매트릭스’는 환상적인 동작과 촬영기법 등 비주얼들이 ‘나는 누구인가’하는 존재론 속에 녹아들면서, 할리우드가 꿈은 물론 철학도 ‘판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영화가 4년 만에 속편 ‘매트릭스 리로디드’로 돌아왔다. 3편 ‘매트릭스 레볼루션’(11월 개봉)과 동시 제작됐다. 철학적 충격은 줄었지만 이야기의 중층적 구조는 복잡해졌다(표 참조). 액션의 시각적 충격은 제작진 설명대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었다. 깜짝 놀랄만한 진실이 영화 말미에 드러나는 것도 재기발랄하다. 수퍼맨 동작으로 하늘을 치솟는 네오는 1편보다 더 미국적이다.

▼관련기사▼

-‘매트릭스 리로디드’ 주연 키아누 리브스

지구 한 가운데에 있는 최후의 인간 도시 시온은 막강한 기계들의 공격을 받는다. 네오(키아누 리브스)가 72시간 내에 막지 못하면 인류는 멸망할 위기 방법은 매트릭스 시스템의 핵심을 파괴하는 것뿐이다. 이에 접근하는 열쇠를 쥔 키 메이커(랜덜 덕 킴)는 사악한 매트릭스 속 권력 브로커 메로빙지언에게 붙잡혀 있다. 네오 일행은 더욱 버전 업된 요원들, 면도칼을 휘두르는 쌍둥이 등과 싸움하며 천신만고 끝에 키 메이커를 구출한다. 네오는 매트릭스의 창조자를 만나게 되고, 창조자는 네오의 존재에 얽힌 복잡하고도 충격적인 진실을 알려준다.

‘매트릭스’가 존재론적이라면, ‘매트릭스 리로디드’는 인식론적이다. 1편에서 네오는 매트릭스(인간의 뇌를 지배하는 컴퓨터 프로그램)로부터 인류를 구원할 ‘그(The One)’가 바로 자신임을 깨닫는다. 속편에서 그는 그런 선택을 하게 된 ‘이유’를 좇는다.

“자넨 선택하기 위해 여기(매트릭스)에 온 게 아니야. 왜 그런 선택을 해야 했는지를 깨닫기 위해 자넨 온 거야.”(예언자 오라클이 네오에게)

‘선택(choice)'과 ‘이유(reason)’의 차이를 이해하면 이 영화의 수수께끼는 풀린다. 권력 브로커 메로빙지언(램버트 윌슨)이 프랑스식 콧소리로 네오에게 설명한 것처럼 “선택은 힘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에서 만들어진 그림자일 뿐”이다. ‘이유’를 찾아 떠나는 네오의 위험천만한 여행은 오직 인간의 몫이다.

각본·감독을 맡은 워쇼스키 형제는 코믹북에서부터 철학 심리학 기독교 선불교 도교까지 섭렵했다고 한다. 이 유식한 형제는 ‘나는 생각한다→고로 존재한다’(데카르트)로 요약되었던 ‘매트릭스’에 대해 속편에선 다음과 같은 간단하고도 치명적인 질문을 던진 것 같다.

‘나는 생각한다→그런데 생각하는 내가 나만이 아니라면?→고로 나는 내가 아니라면?→ 그럼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닐까?’

인류의 구원 혹은 사랑, 이 두 개의 선택의 문 사이에 네오가 선다. 어떤 선택을 할까. 그의 정체에 얽힌 암호 같은 진실을 여는 열쇠는 바로 이 질문 속에 있다. 23일 개봉.


▼어떻게 만들었나▼

▽스미스요원들과 네오의 격투

자기 복제 능력을 갖게 된 스미스 요원(휴고 위빙)이 100명으로 불어나 네오에게 달려든다. 100명의 스미스는 각기 다른 100가지 무술동작으로 네오를 공격한다. 이중 진짜 ‘사람’은 13명뿐. 유고 위빙을 제외한 12명은 오디션으로 곡예사 체조선수 무술인들을 뽑아 분장시켰다. 이들은 네오와 인접해 격투하는 모습을 보인다. 나머지 87명은 컴퓨터 그래픽.

▽고속도로에서의 추격

키 메이커를 오토바이 뒤에 태운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는 고속도로를 역으로 질주하며 요원들의 추적을 피한다. 요원들은 차에서 차로 징검다리처럼 건너뛰며(이 때 차들은 납작해지면서 전복된다) 뒤쫓는다. 트레일러 위에서 모피어스(로렌스 피쉬번)는 아슬아슬한 물구나무서기와 공중 점프킥을 선보이며 요원과 쿵푸 대결을 벌인다. 제작진은 이 장면을 위해 240만 달러(약 29억원)를 투자,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알라메다 해군 기지에 3.2㎞ 길이의 고속도로 세트를 제작했다.

버뱅크(미국)=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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