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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3월 6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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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크루트’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교관 버크(알 파치노)가 첩보원 훈련생에게 던지는 이 말은 관객에게 내미는 일종의 조언이기도 하다. 시종일관 반전을 거듭하는 이 영화는 관객을 고도의 두뇌 싸움으로 끌어들인다.
미국의 명문 MIT를 졸업한 수재 제임스 클레이튼(콜린 파렐)은 CIA의 첩보요원 선발관인 월트 버크(알 파치노)의 눈에 띄어 ‘첩보원 사육장(The Farm)’에서 교육받는다. 최정예 멤버로 발탁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시험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때로는 혹독한 고문을 이겨내는 지옥 훈련도 거쳐야 한다.
버크의 각별한 관심 속에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던 제임스는 동료 레일라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제임스는 시간이 갈수록 일에 대한 회의에 빠진다. 버크는 레일라가 이중간첩이라는 사실을 제임스에게 알려주고 그의 배후가 누구인지를 캐내라고 지시한다.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여러차례 속는다. 제임스가 레일라를 사랑하게 된 것도 버크의 철저한 계산에서 비롯됐다. 버크는 훈련생 시험장에서 두 사람을 가까운 자리에 앉혔고, 훈련받는 동안 두 사람을 한 조로 묶었다. 제임스와 레일라는 사랑하면서도 서로의 눈을 속여가며 임무 수행에 매달린다. 관객은 “액면 그대로 믿지 말라”던 버크의 말에서 잠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뒷 부분에 가서는 레일라가 진짜 이중 스파이인지 관객들이 헷갈리기도 한다. 제임스도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 모호해진다. 이는 부정과 음모, 배신이 가득한 스파이 세계의 속성을 드러낸 것이다.
명배우 알 파치노의 연기는 물론, 이에 뒤지지 않는 클레이튼의 배짱 두둑한 연기가 돋보인다. ‘노 웨이 아웃’ ‘단테스 피크’ ‘스피시즈’ 등을 만든 로저 도널드슨 감독 작품.원제 The Recruit’ 15세 이상 관람가, 14일 개봉.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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