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호텔카지노 딜러들이 본 드라마 ‘올인’은…

  • 입력 2003년 3월 3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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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사의 승부와 사랑을 그린 SBS 드라마 ‘올인’이 지난주 시청률 1위(42.4%)에 올랐다. ‘모래시계’의 고현정에 이어 ‘올인’의 여주인공 송혜교(민수연)의 직업은 딜러로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하얏트 호텔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일하는 세 여성 딜러 김효향 양혜선 김성희씨를 만나 드라마 ‘올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얼굴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해 사진 촬영을 고사했다. 딜러 경력 4∼7년차인 이들은 “국내 외국인 전용카지노에서 일하는 딜러들은 외화 획득을 하는 전문직의 자긍심과 보람을 갖고 있다”며 “그런데 드라마가 카지노를 조직 폭력배나 일확천금을 노리는 도박사가 판치는 소굴로 묘사하고 있어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드라마 속 장면과 실제

현재 국내 카지노 업계에는 여성 딜러가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대우는 남녀 차이가 없으며 능력에 따라 평가받는다. 객장에서 딜러를 관리하는 ‘핏 보스’(Pit Boss)가 손님에 따라 여성, 남성 딜러를 교대로 경기에 투입한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보안요원인 이병헌(김인하)이 하루 아침에 ‘핏 보스’로 발령이 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핏보스는 ‘감(感)’만 좋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객장내 모든 딜러들의 성향과 실력을 꿰뚫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력도 10년 이상이 되어야 한다.

드라마에서 민수연처럼 유니폼을 입은 채 호텔 로비까지 나가는 것은 금물. 딜러는 현금과 다름없는 ‘칩’을 다루기 때문에 객장을 벗어나선 안되며 손님과 동선이 분리된다. 재미교포 도박사가 ‘초짜 딜러’인 민수연을 지정해 30억원 이상 따는 것도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딜러 지정’은 사전 공모 가능성때문에 금지돼 있으며, 보통 딜러가 연속해서 1000만원 정도를 잃으면 다른 딜러로 교체된다.

▼'올인'(All-in)과 카지노

딜러들은 카지노를 사교를 위해 ‘돈을 쓰며’ 게임을 즐기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찾은 관광객들도 호텔숙박비 정도의 소액을 두고 게임을 즐긴다는 것. 그런데 드라마 ‘올인’이 모든 것을 걸고 하는 ‘올인(All-in)의 도박’이 성공한다는 환상을 주는 것은 큰 문제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김성희씨는 “강원랜드같은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찾은 한국인들은 1만원으로 1억원을 벌려는 ‘일확천금’의 꿈에 빠져 있다”며 “카지노는 게임장이라는 인식이 정착되지 않으면 수많은 노숙자를 낳는 비극이 그치지 않을 것”라고 말했다.

만일 딜러가 게임을 한다면 어떨까. 김씨는 “딜러들이 따지는 못해도 크게 잃지는 않는다”고 단언한다. 김씨는 그 이유에 대해 “게임을 오래하면 반드시 잃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며 “카지노에선 조금이라도 따면 만족하고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딜러들의 생활

딜러들은 8시간씩 3교대로 일한다. 한 테이블당 3명의 딜러가 한조를 이룬다. 보통 15분마다 딜러들이 교체되나 ‘끗발’이 좋으면 핏보스의 지시하에 몇시간씩 계속 게임을 하는 ‘짱근무’를 하기도 한다.

이들은 송혜교의 딜러 연기에 대해선 입을 모아 칭찬했다. 송혜교가 쉐라톤워커힐호텔 카지노에서 딜러 교육을 받은 것은 3개월. 보통 딜러들도 3개월의 수습을 거쳐 실전에 투입된다. 김효향씨는 “송혜교씨가 너무 정석대로 해 신참티가 났지만 매우 매끄럽게 잘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카지노는 고도의 정신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에 특정한 향기나 액세서리에 예민한 손님 등 징크스가 많다. ‘끗발’이 안설 때 소금물로 손을 씻는 딜러도 있다.

딜러들이 가장 힘든 것은 오랫동안 서 있는 자세로 근무한다는 것. 제주도가 고향인 김성희씨는 “다리의 힘을 기르기 위해 ‘오름’을 자주 오른다”고 말했다.

서귀포=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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